‘검사 적격 심사’ 통과한 임은정···“누가 누구의 적격을 심사하나”
과연 공정한 기준이 있느냐”
진술서에 절차적 형평성 지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사가 무엇인지 생각하라”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2일 오후 2시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회(적격심사위)에 출석했다. 임 검사는 이날 적격심사위에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인사와 복무평정, 검사 적격심사에 과연 공정한 기준이 있느냐”며 절차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이날 임은정 부장검사는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대리인단 7명과 함께 법무부 적격심사위에 출석했다. 임 검사는 출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윗사람들한테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다가 찍힌 것으로 저를 자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격심사위 결과가 본인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바로 집행정지 신청을 해서 사무실의 짐을 빼지 않고 계속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본인이 검사 시절 했던 말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 그렇게 행동해주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검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가슴에 좀 손을 올리시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날 임 부장검사는 적격심사위에 4장 분량의 진술서와 대검찰청 감찰부 보고서, 대검찰청 감찰부의 ‘통합사무감사 결과 수사 사무 업무 매뉴얼’ 감사 지적사항 자료 및 기타 임 부장검사에게 송달된 사표권고, 감찰요청 등의 e메일 자료를 제출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임 부장검사의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내부고발자가 상급자에게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며 적격심사 절차의 형평성을 꼬집었다. 검찰 내부의 문제를 고발한 이상 상급자로부터 좋은 평정을 받기는 어려운데 이 기준을 앞세워 자신을 심층 적격심사 대상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고 김홍영 검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대현 전 부장검사도 언급했다. 임 검사는 “김 전 부장검사의 경우 2015년 무렵 저와 함께 적격심사 대상이었는데, 김 전 부장이 아니라 제가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가 됐고 김 전 부장은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김홍영 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검사 인사와 복무평정, 검사 적격 심사에서 공정한 기준이 과연 있느냐”고 비판했다.
검찰 조직 내부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그는 “2020년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근무하며 우리 검찰이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어떤 일을 자행했는지를, 문제의식도 없는 현재 검찰 간부들의 인식 수준을 확인했다”며 “이에 아직 제가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중략) 생각에 버티기로 결심했고, 사표를 내지 않고서 이 자리(적격심사위)에 왔다”고 했다.
임 검사는 진술서 말미에 “상급자가 아니라 역사에 좋은 검사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검사의 신분 보장은 직업적 양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안전장치가 고장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적격심사위는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임 부장검사를 상대로 2시간가량 심층 심사를 벌인 끝에 ‘적격’ 결정을 내렸다. 이날 심사에는 재적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모든 검사를 상대로 임명 후 7년마다 검사적격심사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직무수행 능력 등이 낮다고 평가되는 검사들은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는데, 심사 절차에 따라 문제가 확인되면 퇴직 명령을 받는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데 이어 심층적격심사 대상으로도 분류됐다. 법무부는 그의 최근 7년간 근무평정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으로 하위 평가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적격심사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해당 검사에 대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의결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퇴직을 건의하고, 장관은 대통령에게 퇴직 명령을 제청할 수 있다. 적격심사위 위원 명단은 비공개 사안이다. 다만 2004년 검사 적격심사제가 도입된 이후로 실제 퇴직 의결이 내려진 사안은 단 1건 뿐이다. 이마저도 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된 바 있어 심사위 결정을 거쳐 퇴직을 당한 검사는 사실상 없다.
임 부장검사는 7년 전인 2015년에도 심층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당시 심사위는 그의 직무 수행 능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퇴직을 의결하지 않았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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