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20년간 4천억대 ‘세금 폭탄’... GH, 추진 동력 상실 [현장, 그곳&]
리츠 구성도 못한 채 종부세 폭탄에 '손 놓아'
GH “추진 방식 등 사업 전반 재검토”
땅값만 2천억원에 달하는 수원특례시 광교신도시 내 ‘마지막 노른자 땅’이 제 역할을 찾지 못한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미흡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전국 최초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 추진
GH는 수원지법·수원지검 이전 3개월여 전인 지난 2019년 9월 광교 A17블록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방식으로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 549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토지비 1천810억원, 건축비 1천252억원 등 전체 사업비는 4천459억원에 달했다. 사업 기간은 2020년 8월부터 2043년 11월까지로 2023년 입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임대 기간은 20년으로 설정됐으며 추가로 20년을 더 살 수 있도록 계획됐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였다.
리츠 출자금은 891억8천만원으로 추산했다. 리츠 설립 출자금 중 70%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하고, 19%는 GH가 부담키로 했다. 또 공공기관, 민간에서 각각 10%, 1%를 조달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으로 내 집 마련, 가계대출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자는 취지는 좋았다. 일반 분양 아파트처럼 20~40년간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다면 비싼 아파트를 대출받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식사, 돌봄, 청소 서비스 등 고품질의 주거서비스제공도 계획됐다.
GH는 사업 성공 시 과도한 대출로 인한 집값 상승, 로또 분양, 투기 조장 등 분양주택 폐단을 없애는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민선 7기가 끝나 8기가 들어선 현재 GH는 착공은커녕 리츠도 구성하지 못했다.
■ 리츠 구성 실패... 첫 단추 잘못 끼운 GH
GH는 2020년 9월 경기도에 리츠 설립을 위한 89억원을 요청했지만, 도는 법적 근거 미흡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경기도의 리츠 출자는 가능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지출법)’상 리츠가 경기도의 산하기관이 된다. 또 설립 타당성 검토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등도 거쳐야 한다.
지출법상 출자 대상 사업도 △문화·예술·장학·체육·의료 등 주민복리 증진 △지역주민 소득 증대 및 지역경제 발전, 지역개발 활성화 등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도 관계자는 “지출법, 지방공기업법 등 여러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현금 출자가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GH 관계자는 “도에서 출자를 거부한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종부세 폭탄에 손 놓은 GH... HUG도 포기
리츠 설립 표류 속 세제 개편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참여 등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GH는 지난 2020년 5월께 HUG 측에 기금 출자 제안을 했고, 이후 양측은 2021년까지 출자비율과 임대 공급 방법 등 세부사업 구조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2020년 ‘7·10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로 2021년부터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6%까지 적용했다. 또 중과 누진세율도 0.5~5.0%을 적용하고 종부세 합산배제 기준 대상을 변경했다. GH 소유 임대주택도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별도로 임대주택 준공 후 취득세, 재산세도 내야 했다.
GH의 분석 결과 임대 기간 20년 동안 세금만 4천억원대로 어림잡아 연간 200억원 안팎의 세금폭탄이 예상됐다. 사업 정책적 타당성 등 전체 유발효과 3천36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1년 10월께 출자 관련 공모 사업을 위한 시세조사 결과 GH는 종합부동산세 종합합산과세 등에 따른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HUG 출자 공모를 중단했다.
HUG도 수익성 악화로 기금 출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건설형 임대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데, 사업지가 광교신도시 내로 임대주택 시세가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리츠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는 것이 HUG 측의 설명이다.
GH 관계자는 “예상된 세금 규모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세제에 변화가 없을 경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취약계층 주거지원 기회 상실... 재검토 필요
결국 시간만 흘러 GH는 공공주거서비스 제공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인근 공시지가와 비교, 2천억원에 달하는 부지를 부동산 경기침체 전 감정가격으로 매각하고 이를 이용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공공분양 등 무주택자에게 ‘내 집’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출자 동의안 심의 당시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된 사업방식 변경, 정부 주거실태조사 결과 수렴 필요, 적자 발생 시 대책 부족,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 필요성 등의 주장들도 지금에 와서 맞아떨어지게 됐다.
김태형 도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5)은 “민선 7기 GH의 출자 동의안 심의 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고 논란 끝에 통과됐는데도 여태껏 사업에 진전이 없어 매우 유감”이라며 “사업포기·변경, 새로운 사업 발굴 등 다른 방향을 찾아가야 할 시점임에도 GH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도 “통상 리츠 설립이 안 된 것은 수익성이 없음을 의미하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면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 해도 성공 여부는 불분명한 만큼 정부 정책 등을 고려, 이에 상응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H는 최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발표로 기존 사업방식을 유지할지를 검토 중이다. 공공분양이나 부지 매각 등 사업방식 변경 등도 모색하고 있다.
GH 관계자는 “리츠 설립, 종합부동산세 상승 등 사업 여건 변화로 진행이 늦춰진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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