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없어… 파란불 켜져도 못건넌다 [현장, 그곳&]

박기웅 기자 2025. 4.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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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인천 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길을 건너야 하는데불안하고 불편합니다."

인천지역 상당수 신호등에 음향신호기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이동 불편은 물론, 위험을 겪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치"라며 "인천시가 최대한 많은 곳에 이를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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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음향신호기 보급률 24%... 잘못된 버튼 위치·관리 부실 ‘허다’
市 “매년 100여대 신규 설치·교체”
1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인천광명원 앞 도로. 시각장애인 A씨가 점자블록에 놓인 공유킥보드 때문에 음향신호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기웅기자

현장, 그곳& 인천 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길을 건너야 하는데…불안하고 불편합니다.”

1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인천 광명원. 시각장애인 43명이 머물며 교육을 받고 공동 생활을 하는 곳이다. 시각장애인 A씨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주변 카페를 가려 길을 나섰다. 200m밖에 안되지만 횡단보도 4곳을 지나야 한다. 이 가운데 2곳은 음향신호기도 없고 신호등조차 없다. A씨는 언제 길을 건널지 망설이다 다른 보행자가 건너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조심스레 따라 길을 건넜다. A씨는 “시각장애인 통행이 특히 많은 복지관 주변인데도 혼자 커피 한잔 마시러 가기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서구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앞 도로도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김준영씨가 퇴근길에 10m 남짓의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고 멈춰 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횡단보도에도 신호등이나 음향신호가 없어서다. 한참을 서있던 김씨는 차가 멈춰서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간신히 길을 건넜다. 그는 “보통 차가 멈추는 소리나 다른 보행자들이 건너는 소리를 듣고 따라 길을 건너는데, 요즘에는 전기차가 늘어 소리도 잘 안들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19일 오후 6시께 서구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앞 도로. 시각장애인 김준영씨가 음향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계속 오는 차에 건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기웅기자


인천지역 상당수 신호등에 음향신호기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이동 불편은 물론, 위험을 겪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이날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매뉴얼’은 공공·복지시설 등 시각장애인 통행이 많은 곳 주변에는 음향신호기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도로 폭이 20m 이상인 횡단보도 등에만 음향신호기를 설치한다. 이 때문에 지역 횡단보도 1만4천2곳 가운데 음향신호기가 있는 횡단보도는 3천498곳(24.98%)뿐이다.

더욱이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누를 수 없는 곳에 잘못 설치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1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인천광명원 앞 도로.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가 화단 방향으로 설치돼있다. 박기웅기자


부평구 한 횡단보도에 설치한 음향신호기 버튼은 길가에 있는 화단 안으로 들어가야만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설치했다. 이 뿐 아니라 음향신호기로 향하는 점자블록에 공유킥보드를 세워놓거나, 물건을 쌓아 놓아 장애인들이 버튼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장애인단체 등은 편의는 물론, 시각장애인 보행 안전을 위해 음향신호기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치”라며 “인천시가 최대한 많은 곳에 이를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매년 100여대의 음향신호기를 신규 설치하고 문제 있는 장치를 100여대 씩 교체하고 있다”며 “장애인 교통인프라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박기웅 기자 imkingkk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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