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제발 `신통기획 철회`하게 해주세요"
"'신통기획(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철회 확정'을 기다렸는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재지정'이 날아왔어요. 토허제 여파로 작년에 단지 내 거래가 1건도 없을 정도였는데, 또 지정된 겁니다. 주민 총회까지 열어서 '신통기획 철회'로 수렴한 주민의견도 서울시에 전달했는데, 시는 전혀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쌍팔년도처럼 건물 위에 올라가 시위라도 해야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송파한양2차아파트 주민)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돌아다니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다시 송파구를 다녀왔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아니 전국 자치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서인지 이슈가 끊이지 않는 듯 합니다.
지난 시간에 '여의도 토지거래허가제'를 다뤘는데요, 이번 시간 주인공은 '송파한양2차 토허제 feat. 신통기획'입니다. 간단 개념 설명 먼저 갑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공공지원개발계획을 말합니다. 민간 정비사업을 시가 지원해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여주는 대신 임대주택 확대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제도입니다. 2021년 9월 도입 후 총 79곳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정비사업이 예정된 지역의 부동산 투기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투기방지대책'으로 보시면 됩니다. 송파한양2차는 2021년 11월 신통기획 선정 후 토허제로 묶인 바 있습니다.
이 단지의 문제는 신통기획 신청부터였습니다. 1984년 준공된 송파한양2차아파트(744가구)는 이미 2020년 11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고, 서울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이 걸려있어 다른 신통기획 단지들처럼 용적률을 올릴 수 없으니 신통계획을 통한 득이 전혀 없는 단지입니다.
당시 H 조합장이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없이 독단적으로 신통기획을 신청한 터라 조합 내 찬반의견이 분분했다는데요. 결국 이후 2022년 8월 20일 조합 정기총회에서 '신속통합 추진 찬반결의' 안건이 상정됐고, 당시 총회참석자(서면결의서 포함) 525명 중 370명(70.5%)이 '반대'에 표를 던졌습니다. 이에 H 조합장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조합장직을 사임하는 동시에 구청에는 신통기획 철회 신청을 했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서울시로부터 '신통기획 철회 확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목빠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합(현재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은 작년 11월 21일 다시 서울시 담당과와 송파구청 등에 다시 철회요청 공문을 보냅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조합은 송파구청을 경유한 서울시 공문을 받게 됩니다.
"송파한양2차는 2021년 신통기획 신청, 2021년 1월 12일 대상지 선정 후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주민 내부갈등으로 인한 조합장 사퇴(2022년 8월 20일), 신통기획 추진 반대의견 제출(2022년 8월 22일) 등으로 신통기획에 대한 주민소통 및 의견 수렴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조속한 시일 내에 주민의견 수렴(주민간담회 및 설명회 등)을 통해 신통기획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아니 작년 8월 총회에서 수렴한 주민의견(신통기획 철회)을 접수한 것을 시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주민소통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써있네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조합은 올해 1월 19일 송파구로부터 또 다른 청천벽력 수준의 공문을 받게 됩니다. 토허제 구역에 재지정되면서 내년 1월 28일까지 1년 더 묶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문을 보낸 송파구청에 문의했더니 "그 단지는 신통기획 추진 중인 단지이니 당연히 (토허제 지정) 연장된 것"이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앞서 신통기획은 이미 송파구 오금현대, 서초구 신반포4차에서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 단지들은 서울시의 가이드라인(기획설계) 발주 전이라 시에서도 바로 철회를 해줬지만, 송파한양2차의 경우 발주 후에 철회 의견이 전달됐다는 부분이 다르다고 하네요.
송파한양2차의 김용식 조합장 직무대행은 "서울시 담당과를 여러번 만나러 갔지만 시는 저희 단지가 '수많은 신통기획 중 한 단지에 불과하다'면서 아예 귀를 막고 있다"며 "이렇게 신통기획 철회도 안되고 있는데 이번에 토허제 재지정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게된 셈"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신통기획이 서울시 주력사업인 것도 알고 너무 좋은 제도라는 것도 알지만, 저희 단지에는 맞지 않으니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철회 요청을 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용역비용이 1억 5000만원선이라고 들었다. 철회만 해준다면 용역비용은 조합이 당연히 부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신통기획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단지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이 단지에는 영 신통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통기획 신청 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던 이 조합은 애초 2021년 10월 정비계획 변경(안) 제출까지 했지만, 신통기획에 발목이 잡혀 그 다음 단계로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허제 지정 여파인지 작년에는 정말 매매거래가 1건도 없었네요. 아니 2021년 9월 이후에 매매 자체가 실종됐습니다. 이 단지의 한 조합원은 "단지 지어진지 40년이 넘었는데 토허제 묶인 여파로 이사도 못가고 있다"며 "신통기획 좋은 제도인거 알지만, 단지별로 상황이 다 똑같지 않으니 시가 주민 목소리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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