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세피해 올해가 절정"···'안심앱'으로 악성임대인 걸러낸다

노해철 기자 2023. 2.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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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전세제도
元 "전세사기 원인 文정부서 쌓여"
보증보험 손질해 '깡통전세' 막고
HUG 보증 '안심전세앱'도 출시
시세·집주인·세금체납 정보 제공
피해자에 1~2%대 대환대출 지원
"年7000만원 소득 걸림돌" 지적도
[서울경제]

정부는 올해 전세사기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판단하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했다. 당초 서민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세가율 100%’를 내걸었던 전세보증보험을 손질하고 금리 인상으로 하락세인 주택 매매가격이 전세 임차인의 주거를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의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브리핑에서 “전세사기 원인이 쌓인 것은 지난 정부 시기”라며 “집값은 폭등하고, 졸속 임대차 3법 개정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났고, 금융이 무제한으로 풀리는 가운데 전세대출금 융자가 서민금융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풀려나갔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물량은 201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집중돼 있다”면서 “올해 절정을 이루고 2021년 체결된 전세 계약들에서 내년까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 아래 전세사기의 판을 깔아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제도부터 뜯어고친다. 보증보험 가입 대상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현재 100%에서 90%로 낮춘다. 전셋값이 집값의 100%여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던 때는 수중에 돈 한 푼 없어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 매매 값을 치를 수 있었다. 실제로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채 사망한 ‘빌라왕’ 김 모 씨의 보증보험 가입 주택의 평균 전세가율은 98%에 달한다.

정부는 시세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운 빌라나 소규모 아파트를 무대로 집값을 부풀리는 행위도 근절한다. 전세보증보험에서 전세가율을 산정할 때 감정가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전세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는데 앞으로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또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하고 감정평가 유효기간은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 보증 관리 또한 엄격해진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계약 주택에 대한 시세 확인이 어려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렸던 임대차 시장의 구조도 달라진다. 정부는 이날 ‘안심전세 앱’을 출시해 전세 계약에 앞서 신축 빌라와 나 홀로 아파트의 시세뿐 아니라 임대인의 사고 이력과 보증보험 가입 금지 여부, 악성 임대인 등록 여부, 체납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임대인 동의를 얻어야만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국토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이 끝나면 7월부터 임대인 동의 없이 정보 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 장관은 “보증 사고와 체납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제공하지 못하는 임대인과는 계약 체결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의 권한과 책임 역시 강화한다. 중개사는 임대인의 세금·이자 체납 여부를 임대인 동의하에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주택 선순위 권리관계와 전입 세대, 전세가율, 전세보증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해 임차인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전입신고가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생긴다는 점을 악용해 임대인이 몰래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르면 4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확정일자를 확인한 후 대출하도록 시스템을 바꾼다.

아울러 정부는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 임차인 지원에도 신경을 썼다. 연 1~2%대의 초저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확대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보증금 요건을 현행 2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낮췄고 가구당 대출 한도도 1억 6000만 원에서 2억 4000만 원까지 늘렸다. 또 임차인이 대항력 유지를 위해 피해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더라도 기존 대출을 정책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상품을 5월 중 선보인다. 청약 시 불이익이 없도록 거주 주택을 낙찰받아도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규정을 만든다.

특히 이날 나온 대출 지원책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경제정책방향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당시 정부는 가구당 1억 6000만 원의 한도를 두고 금리는 연 1%대, 최대 10년간 대출 가능한 상품을 설계했고 지난달 9일 우리은행이 제일 먼저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세사기를 당한 마당에 또다시 큰 빚을 지며 다른 집에 들어가기 어렵고 이사를 하면 임차인은 대항력을 잃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틀을 손질한 새 상품을 약속했다.

한편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은 초저금리 대출에는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배소현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는 “피해자 가운데 일부 신혼부부는 초저금리 대출의 요건인 연 소득 7000만 원을 맞추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며 “연 소득이나 보증금이 요건을 초과하더라도 차등을 둬 대출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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