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입자 울린 '빌라왕' 전세사기.."터질 일이 터졌다" [이송렬의 우주인]

이송렬, 최혁 2022. 9. 24. 0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인터뷰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 20·30세대 집중"
"세입자 교육 중요하지만..한계 명확해"
"정보 비대칭성 해소·제도 개선 통해 '발본색원' 필요"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가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전세 사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 등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일어난 문제입니다.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일임에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사진·53)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빌라 600가구로 대규모 투자 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난 '세모녀' 사건, 2019년 화곡동 일대에 100가구가 넘는 빌라를 소유해 '빌라왕'으로 불리며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강모씨 등 전세 사기 혹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들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인 ‘세입자114’ 센터장을 맡고 있다. 올해 들어선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그에게 최근 발생했던 전세사기금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전세 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는 연령층, 20·30세대 많아"

이 변호사는 "전세 사기는 처음부터 보증금 주지 않을 생각 등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성립해 좁은 개념이다.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넓게 봐야 한다"며 "임대인의 경제 문제, 사회 제도적 문제, 법적인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 노출된 허점이 결국 이런 사태를 빚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금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달 기준 1089억원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사고액을 살펴보면 △2016년 34억원 △2017년 74억원 △2018년 793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원 등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리 대상에 오른 이른바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피해자 4명 가운데 3명은 20·30세대로 조사됐다. 악성 임대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회수되지 못한 금액이 2억원이 넘는 집주인이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203명이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들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는 총 3761명이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는 2808명으로 74.7%였다.

이강훈 변호사는 "집주인과의 갈등으로 찾는 세입자들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편"이라면서도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연령층은 20~30대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많다. 최근 3개월 전부터 관련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짚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세입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신혼부부 등은 깨끗한 집을 찾다 신축 빌라를 찾는데, 이는 깡통전세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비교적 시세가 정확한 아파트보다는 다세대주택·연립 등 빌라에서 관련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깨끗한 집에 사는 게 좋겠지만 신축 빌라 등은 시세가 정확하지 않아 '깡통 전세' 등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되도록 연식은 있지만 수리가 된 빌라나 차라리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집을 구할 때 당연히 살펴봐야 하는 등기부등본도 꼼꼼히 봐야 한다. 최근 상담을 진행한 20·30세대들에게 질문을 해보면 그간 여러 차례 임대차계약을 맺어왔음에도 등기부등본을 본 세입자가 없었다"며 "빌라를 계약할 예정이라면 해당 지역의 빌라의 매맷값과 전셋값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도 꼭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입자들에게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중개제도나 관련 법을 개선해 세입자들이 마음 놓고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전세 사기 방지대책, 실효성 적어…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어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전세 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임차인이 전입 신고를 마치기 전까지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이 어려워지고, 전세 계약을 맺기 전 집주인은 임차인이 요구할 경우 보증금보다 우선순위인 체납 세금, 대출금 내역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내놓은 전세 사기 방지대책은 초점이 '전세 사기'에만 맞춰져 있다"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사후에 일을 수습하는 임시방편 수준이다.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사진=최혁 기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먼저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강훈 변호사는 "가격 정보, 주택 정보, 임대·임차인 정보 등 계약 당사자들이 필요한 정보가 양쪽에 공평하게 제공되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각종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역할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은 임대차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각각에 공인중개사가 붙는다. 계약을 맺을 때는 집주인에 고용된 공인중개사와 세입자가 고용된 공인중개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형식"이라며 "국내에서도 중개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오게 되면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적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세입자의 대항력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는 "세입자 대항력이 전입신고를 마치고 이튿날부터 발생한다는 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왔던 부분"이라며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사건·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를 방치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법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해 2000년 사법시험 40회(연수원 30기, 2001년)를 수료했다. 이후 2001년 법무법인 서정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2002년엔 법무법인 태웅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부턴 법무법인 덕수에서 변호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