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2030세대 주택 토해낼 판..'청년 대책'도 연기
대출 규제 완화 등 실효성 없어..다주택자 비중은 증가
영끌족의 '패닉바잉'이 주도하던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꼈다. 올해 들어 주택 매수를 멈춘 2030세대는 갖고 있던 집마저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이탈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합부동산세 개편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다주택자들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달 발표 예정이었던 청년 주거 지원 대책마저 한 달 미뤄지면서 청년들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영끌족 사라진 부동산시장
올해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는 작년보다 대폭 감소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8월 생애 처음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총 30만344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48만554명)에 비해 37.5% 감소했다.
이중 2030 세대(19~39세)는 전체 평균보다 더 많이 줄었다. 올해 1~8월 주택을 구입한 2030 세대는 총 15만59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5만1829명)에 비해 40.2% 감소했다. 법원이 201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특히 '영끌' 열풍이 불었던 지난 2년과 비교하면 매수세 감소가 확연하다. 2030 세대는 작년 1~8월 25만1829명이, 재작년 22만8314명이 매수에 나섰다.
2030 무주택자가 주택 매수를 머뭇거리는 사이 2030 유주택자들은 매도에 나섰다. 전체 매도인 중 2030 세대의 비중이 5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법원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체 매도인 중 2030의 비중은 10.56%다. 지난 3월(8.96%) 이후 △4월 9.08% △5월 9.35% △6월 9.98% △7월 10.56%로 매월 증가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2030 세대가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무리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금리 인상에 타격을 받은 영끌족은 주택을 처분하려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2030세대에 낯선 고금리, 버틸 수 있을까?…영끌족 '시름'(7월13일)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 부동산시장이 한동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2030 세대들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영끌족 빈자리엔 다주택자
다주택자들의 상황은 이와는 대조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2로 전월(16.17)보다 0.032% 올랐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수치가 증가했다는 건 집합건물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의 비율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올해 5월 16.148, 6월 16.16, 7월 16.17 등으로 3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이들의 부담은 되레 줄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지방 저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중과폐지 등 추가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청년 주거대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달부터는 청년층이 대출을 받을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미래 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이같은 대출 규제 완화책은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는 이달 발표할 예정이었던 '청년 주거지원 대책'마저 다음 달로 미뤘다. 지난 14일 발족한 '국토교통부 청년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문단이 생겼으니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청년원가주택, 임대주택, 청약 관련 개선 내용을 담아 10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완화는 주택을 사야 의미가 있는 정책인데 거래 자체가 없는 시기다 보니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며 "당장 금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실거주 목적의 구매도 망설이고 있는 게 청년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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