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투자해 롯데타워 레지던스 월세받는 김 과장, 비결 알고보니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1개 호실
공모액 65억 '1株 5000원'
소액으로 빌딩 투자 가능
앱 통해 주식처럼 간편 거래
호텔·물류센터·오피스..
상장된 부동산에 증권 투자
배당처럼 임대료 챙기고
매각 땐 차익까지 기대
신탁사 통한 증권 소유 개념
취득·보유세 내지 않지만
매매차익·배당소득 15% 세율
부동산 침체 땐 원금손실 위험
1000~5000원에 불과한 소액으로도 수십억 원대 빌딩 투자를 가능케 하는 부동산 조각투자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란 하나의 건물을 수십, 수백만 개의 증권으로 쪼개 투자자를 모집하고 상장 후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10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업무지구(GBD)의 오피스빌딩, 50억원대 핫플레이스 맛집 건물 등의 소유주가 되는 투자자들은 건물 임대료를 주기적인 배당수익으로, 매각 시엔 매매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신생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은 최근 자사의 1호 조각투자 상품으로 서울 최고 랜드마크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타워동 45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 1개 호실로 공모가액은 64억8000만원이다. 펀블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체 '씨에스엔피엘'이 3년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 1위 플랫폼인 '카사'에선 이미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두 차례나 나왔다. 지난해 9월 카사를 통해 상장된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공모가가 84억5000만원이었다. 이후 매수자가 나타나자 지난 2월 투자자들은 전자투표를 통해 매각 여부를 결정했다. 주식회사로 따지면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수익자총회'를 통해서다. 총 169만주 중 96.3%가 투표에 참여했고 98%가 찬성했다. 매각 금액은 93억원으로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은 10.16%, 공모 참여자들의 배당을 포함한 누적수익률은 12.24%(수수료 등 비용 차감 후, 세전)를 기록했다. 앞서 A씨의 사례 역시 카사에 상장된 '역삼 런던빌'로 공모 참여자들의 누적수익률은 14.76%에 달했다. 이 중 통상 배당수익은 연환산 3~5%다. 투자방법은 주식만큼 손쉽다. 스마트폰으로 조각투자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투자계좌를 개설한 뒤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부동산 수익증권을 사고팔면 된다. 일반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거의 유사한 모양새를 갖췄다.
후발주자인 '소유'는 단순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유의 1호 상장 부동산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수제버거집 '다운타우너'가 들어선 상가 건물이었다. 소유는 다운타우너와 협력해 공모 투자자 전원에게 안국 다운타우너 방문 시 매월 1회 탄산음료 무료 제공, 20주(공모가 기준 10만원) 이상 보유자에겐 다운타우너 모든 매장에서 상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투자수익을 넘어 소유주로서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또 다른 플랫폼 '비브릭'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사, 소유와 달리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샌드박스 사업 특례를 받았다. 지난 4월 부산 초량동 '엠디엠타워'를 공모가 170억원에 상장시킨 바 있다. 비브릭의 상품은 '디지털 부동산 펀드'다. 발행하는 증권 역시 집합투자증권이다. 자기자본으로만 투자가 가능한 카사, 소유와 달리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위험성도 존재한다. 증권 가격이 하락하거나 부동산 가격 자체가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라는 자산 특성상 주식만큼 가격의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오르고 내림이 있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우상향'이라는 믿음이 통하더라도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으면 수익 실현 역시 쉽사리 되지 않을 수 있다. 증권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가격이 10% 가까이 하락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부동산 조각투자는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사고파는 증권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으로 증권성이 인정돼 자본시장법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투자설명서, 증권신고서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서 역시 제공된다. 투자자는 예상되는 배당수익률과 근거가 되는 월 임대료는 물론이고 임차인 정보, 보증금, 감정평가액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부동산 조각투자자들은 부동산의 직접적인 소유주가 되는 건 아니다.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투자자들은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증권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투자자가 직접 소유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매매차익과 배당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15.4%의 세율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 수요는 많지만 목돈이 필요한 점이 장애요인이었는데 조각투자라는 기법을 통해 장벽이 확 낮아진 만큼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상업용 부동산은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이상 개인이 투자하긴 어려운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진입장벽을 낮췄다"며 "개인들 관점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규제 불확실성이 낮은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의 진원창 빅데이터실장은 "주거용 부동산은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고 있고 모든 정책이 주거용에 맞춰져 있다 보니 투자자들도 상업용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개별성이 강하다. 주택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대부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시장 상황보단 개별 물건의 성격이 중요하다. 수익형 상품이라 임대료에 따라 가치가 움직인다. 이 때문에 임차인 구성, 입지, 주변 임대료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투자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하반기 예상되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변수다. 대출 비용이 증가해 매수세가 꺾이고 경기 둔화에 따라 오피스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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