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집 팔까 자식 물려줄까"..계산기 두드리는 다주택자들
매도 증여 선택지 놓고 고민
양도세 중과 배제 내달 11일부터
새 정부 출범 뒤 즉각 시행령 개정 작업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이달부터 1년 동안 시행해달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요청을 기획재정부가 거부하면서 시행 시점이 새 정부 출범일인 5월 10일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유세 절감을 위해서는 6월 1일까지 주택을 정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20일 가량의 기간 내 처분이 불가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시간을 갖고 양도와 부담부 증여를 놓고 고민하는 다주택자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더라도 새 정부가 규제완화 등 명확한 부동산 정책을 공개할 때까지 극심한 눈치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집값과 정책 변화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행보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인수위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 동인 한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보유 주택 수를 줄이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매도시 양도세 절감 효과에 대한 문의이지만, 전세를 낀 주택을 자녀에게 넘기는 부담부 증여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졌다.
현 상태에서 10억원짜리 주택을 6억원의 전세를 낀 채 부담부 증여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자녀는 전세보증금을 뺀 4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면 되지만 부모는 전세보증금(부채)를 자녀에게 넘기는 만큼 6억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한시 유예되면 부담부 증여시 부모의 양도세도 일반 세율로 낮아져 세금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일례로2주택자인 A씨가 2006년 2월 5억8000만원에 취득한 A주택을 18억원에 매도했을 때 일반세율에서 20%가 중과돼 7억7087만원(매입 당시 취득세와 매입·매각 시 법정중개수수료 포함)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기에 팔면 양도세율이 일반세율로 줄어들고, 조정지역내에서 받지 못했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최대 30%)까지 적용되면서 양도세가 3억4192만원으로 줄어든다.
A씨가 팔지 않고 전세보증금 7억원을 낀 채 성인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7억원에 대한 양도세로 2억7716만원(매도시 중개수수료는 없음)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 양도세가 1억1411만원으로 중과 때보다 1억6000만원(58.8%) 이상 적어진다.
다만 자녀는 증여로 인한 취득세 8522만원과 증여세 2억5200만원 등 총 3억3742만원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상당수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를 포함해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 내에 부담부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들도 여전히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경우, 반대로 매물이 많이 나와 가격이 떨어져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모두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한다는 것은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해 세금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춰준다는 것이다. 5월 10일 이후부터 보유세 기산일인 6월 1일 전까지 매도하면 올해 보유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20일 동안 매도 가능한 물건이 많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 당장 매물을 내놓고 5월 11일 이후 잔금을 치르면 중과 배제 대상이 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3개월 걸리는 잔금일자나 등기일을 다음달 말까지로 억지로 당기려면 가격을 시세보다 많이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외에는 전세를 놓은 상태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설 다주택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유세 부담이 억원대에 이르는 다주택자가 아닌 이상 올해 보유세는 부담하고, 내년까지 상황을 봐가며 천천히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초구의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 완화로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매물가격을 올려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최근 호가가 오르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늘고 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고 거래를 유보하는 사례가 많았다. 내년까지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하려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다.
매물이 나와도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생각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한편, 정부가 수용 불가 입장을 내자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뒤 즉각 시행령 개정 작업에 나서 5월 11일 이후 거래분까지 소급 적용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와는 별도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폐허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주택자 중과 유예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치면 개정 선언 이후 이르면 한 달 반 뒤에 시행할 수 있다. 보유세를 놓고 벌이는 신구 갈등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다음달부터 소급 적용될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이 소위 '똘똘한 한 채'는 보유하고 수요자 인기가 높지 않은 하급지 매물만 내놓을 수 있다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등 핵심 지역 매물을 먼저 매각하면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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