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안정 시켜라"..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미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10일 발탁됐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의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원 위원장을 내세웠다.
원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데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국토부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와의 인연도 없었다. 하지만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으며, 인수위에서는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윤 당선인 공약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원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파헤쳐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8개 부처 장관 인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 후보자는) 선대위 정책본부장으로서 주요 정책과 공약을 설계했고, 특히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발전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교통체계를 설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당초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환 서강대 교수,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이 국토부 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선택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었다. '깜짝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원 후보자는 "(국민의) 고통을 더는 데 정무 중심, 종합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전문성을 잘 망라하고 조화될 수 있도록 그렇게 구성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자 앞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큰 숙제가 놓여있다. 원 후보자는 규제 완화론자로 분류된다. 그동안 그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또한 현재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을 맡고 있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원 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영입한 인사다.
그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내놓은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라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과 그간 인수위의 추진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원 후보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연한을 폐지하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수도권에 30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을 탄압하고 모든 국민을 월세 임대주택에서 살라며 '월세 소작농'을 강요하는 잘못된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양도소득세, 보유세를 모두 없애고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인수위는 재건축을 제한하고 있는 안전진단 기준과 최소 30년으로 설정된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고, 재개발을 막는 노후도 기준을 없애 전국적으로 10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전국 250만 가구 주택 공급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울러 3기 신도시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해 공공택지 125만 가구를 공급하고,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택지를 발굴해 25만 가구를 마련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원 후보자는 청년층을 위해 약속한 청년원가주택 3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다듬는 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청년원가주택은 분양가의 20%를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원 후보자는 이날 "국토부 장관 후보로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에 미래의 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청약제도 개편,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등록임대사업자 지원 제도 재정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등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던 굵직한 부동산 제도의 상당수가 원 후보자의 손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상임위를 설득해야 한다. 인수위는 유력 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학계 출신의 경우 정책 추진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유력 정치인인 원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정권 초반 부동산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기도 한다. 원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부동산 정책, 국토 전반 균형 발전에 윤 당선인이 굉장히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계시는데 이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철할지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전문성에 대해 염려는 하지 않는다"며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치 문제가 된 부동산 문제를 강단 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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