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 임대차 3법 대수술..인수위가 가장 먼저 손댈 곳
임대사업자제도 부활 등 논의
개인 간의 주택 임대차 계약을 규제하는 ‘임대차 3법’이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 축소될 전망이다. 대통령인수위원회는 28일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의 전면 손질을 공식화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 부대변인은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정례 브리핑에서 “경제2분과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임대차법 개선 검토가 다양하게 이뤄졌다”며 “임대차 3법 폐지부터 대상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상태”라고 말했다.
원 부대변인은 “임대차 3법이 시장의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맞고, 시장 상황과 입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는 것이 해당 분과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폐지보다 단기보완부터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 개정을 위한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인수위는 이와 더불어 시장의 부작용도 우려해 단기적인 보완방안부터 우선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고 전세 기간 자체를 3년으로 늘리는 개선안이 언급된다.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아예 없애는 방안과 상한률을 5%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1일 시행돼 올해 5월 31일로 계도기간이 끝나는 전월세신고제의 경우 정부는 인수위와 협의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대인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나올 전망이다. 임대차3법으로 임차인 보호에만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소위 ‘착한 임대인’에게도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계약 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하거나,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식으로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임대인에 한해서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도 검토 중이다. 문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다. 인수위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대해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할 방침이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임대료 인상을 5% 이하로 제한하되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준다.
'전세의 월세화' 부추긴 임대차 3법
임대차3법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2020년 7월 도입 당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 전셋값은 치솟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19년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전셋값은 최근 2년간 23.8% 폭등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6458만원이었지만 지난달 6억3362만원으로 1억7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전세의 월세화’도 심해져 임차인의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지기도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7만2634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6만857건)보다 약 19%(1만1777건) 늘었다.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다 거래량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 중에서 국가가 직접 개인 간의 주택임대차 계약 관계를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큰 부작용은 예상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폐지 관련 신중론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집행한 지 3년 차인 법의 일부를 환원해 버리면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고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며 “전세 시장도 지역에 따라 온도 차가 커 임대차 3법에 예민한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7월이 고비라는 우려가 크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7월 이후부터 임대인이 신규계약에 나서면서 전셋값이 대폭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한국주택학회장)은 “7월부터 나타날 전세 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 임차인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착한 임대인을 위한 세제 혜택 등과 같은 대책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문 정부가 폐지했던 등록임대사업자도 부활시켜 전세 시장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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