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정책.. 재건축 풀고, 임대차3법 재검토, 종부세는 폐지
규제 3종세트 완화, 시장기능 회복
부동산 보유·거래세 다 낮추기로
공약실행은 국회문턱 넘어야 가능 일부
"집값 자극할 우려" 지적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출범 초 규제와 수요 억제를 통한 ‘투기 방지’에 집중했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부동산 공약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기능 회복’이 핵심이다. 정권 교체의 주요 성공 요인이 집값 폭등을 포함한 지난 5년간의 ‘부동산 실정(失政)’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본지의 긴급 설문에 응한 10인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정상화시킨다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 “공약 실행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또 “과도한 규제 완화가 ‘부자 감세’로 비칠 수 있고, 집값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규제 완화 ‘3종 세트’로 시장 정상화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과도한 세금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3법 개정이 가져온 전·월세시장 불안 해소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는 규제를 풀어 거래를 정상화시키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안정되는 경제학의 기초에 근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주택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고, 1주택자 종부세율을 5년 전 수준으로 내리는 것을 추진한다. 보유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내리고, 현실화 계획도 재수립하겠다고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 집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다는 방침이다.
‘5년간 250만 가구’로 대표되는 공급 공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전진단과 초과이익 환수제 같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이 연쇄적인 집값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업 추진을 사실상 가로막았고, 이는 주택 수요가 쏠리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꼭 개선해야 할 규제”라고 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원가주택’ 30만 가구와 ‘역세권 첫 집’ 20만 가구 공급도 약속했다.
전·월세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꼽히는 ‘임대차 3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활시키는 대책도 공약에 포함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주택 보유자의 과도한 세금 부담과 임대차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수년간 급등한 주택 매매·전세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회 도움 없으면 정책 실행 어려워
하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이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확대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이 자칫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서울 같은 핵심 입지에서 재건축·재개발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면 단기간에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사업자 인센티브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정책을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하면 ‘정부가 부동산 부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시행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이 난관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과세 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조정 등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나 1주택자 종부세율 인하 같은 주요 공약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 과반인 172석의 민주당이 반대하면 정책을 추진할 방법이 없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야당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 초반 부동산 정책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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