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치솟자 전세이자 월세 추월.. '전세의 월세화' 가속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줄고 반대로 월세는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이래 월세 비중은 오랫동안 조금씩 늘어왔지만 2020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크게 올라갔다. 전셋값이 크게 치솟고 대출금리까지 오르기 시작한 후로는 세입자들도 차라리 월세가 부담이 적은 경우도 생겨났다. 이처럼 월세화는 피할 수 없는 경향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주거비 부담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될 때만 해도 ‘월세화’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당시 임대료를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게 한 전월세상한제가 우선 시행됐다. 이로 인해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은행에서 거두던 이자 수익이 비교적 제한됐다. 업계에서는 집주인이 계약을 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 비중을 올려서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리라는 예상이 나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실상 주택마련 자금 지렛대와 사금융 역할까지 도맡는 전세 제도가 쉽게 사라질 리 없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1년5개월여가 흐른 지금은 월세화가 눈에 띄게 가속하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준월세·준전세 포함)은 신고된 건수 기준으로 총 7만1079건이었다. 이는 종전 최다였던 2020년 거래량(6만783건)을 1만건 이상 넘어선 것이다. 비율도 오름세였다. 지난해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중은 37.4%를 기록했다.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서울 전체 주택(아파트,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으로 확대하면 이 비중은 더 올라간다. 부동산R114가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대차 거래 총 13만6184건 중 갱신 거래는 3만7226건, 신규 거래는 9만8958건이었다. 갱신 계약 중 월세는 8152건(21.9%)으로 비중이 작았으나 신규 계약은 월세 계약이 4만7973건으로 전체의 48.5%에 달했다.
전문가들도 월세화가 뚜렷해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한다. 월세화를 앞당긴 요인에 대해서는 시기마다 다르게 짚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난이 심화하던 상황에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과정에서 월세화가 진행됐다”며 “최근에는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까지 막히니까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월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지켜보기만 하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월세화가 진행되면 무주택자 대출과 지원에 대해 연구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그냥 월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만 말하면 무주택자들을 내모는 것”이라며 “세입자들이 주거비용이 증가하고 내 집 마련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 사회적 비용도 결국 그만큼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월세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는 평균 124만5000원으로 2020년 12월(112만7000원)보다 11만8000원(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월세(130만4000원)가 5.8% 오를 때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 월세(118만3000원)는 18.1%나 급등했다. 강북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강남권 상승률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7월에 또 한 차례 전세난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2년이 흐른 올 하반기에 ‘5% 룰’에 눌려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월세도 따라 오르는 것은 물론 월세 비중이 다시 한번 많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엇갈린다. 시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임대차 시장의 수요 공급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공급 기능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양도세를 완화하고, 임대사업자의 순기능을 되살리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다. 반면 새 임대차법의 효과와 취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른바 ‘5% 룰’을 신규 계약에도 적용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가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세입자들을 위해 단기적인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원장은 “대출 규제는 강화하더라도 10억원 넘는 고가 전세와 무주택자 전세대출을 조금 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월세를 지원하는 등 주거 바우처·급여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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