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집값 추세적 하락" 선언..'공급 박차'로 하락세 못 박기 추진

김지섭 2021. 12. 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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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부동산 시장 안정 업무계획 발표
사전청약 확대 등 주택 공급 조기화
대선 직전 미묘한 시기에 '집값 안정' 의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부가 27일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내년 부동산 시장 하락을 선언했다. 공급 물량과 유동성,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등 주요 변수가 모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안정세가 빠르게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도록 사전청약 확대 등으로 도심 내 주택 공급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업무계획 발표는 이전에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집값 안정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자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형욱 장관 "시장지표 안정 흐름, 앞으로 추세적 하락"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정부 관계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부동산 시장 안정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노력, 가계부채 관리 및 금리인상 등에 따라 매수 심리가 위축돼 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전세시장도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대출금리 인상, 매매가격 안정세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주요 시장 지표가 일제히 안정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추세적 하락 움직임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청약 확대 등 주택공급 속도

빠른 시장 안정을 위한 우선 과제는 주택공급 확대다. 정부는 내년 사전청약 7만 가구에 분양 예정 물량 39만 가구를 더해 올해(38만8,000가구) 대비 30% 늘어난 46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 사전청약은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존 계획된 3만 가구에서 3만2,000가구로 확대하고 매 분기마다 접수를 받는다.

올해 처음 도입한 민간 사전청약으로는 내년 3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4,000가구는 서울에서 최초로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서울 물량은 '2·4 주택 공급대책'에 포함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 4곳(증산4 ·방학역·연신내역·신길2 구역)에서 나온다.

오는 2025년까지 205만 가구 공급 목표를 가시화하기 위해 내년에 광명·시흥 등 27만4,000가구에 대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밀도 상향, 용도 전환 등으로 1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내년 수도권에서만 20만 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된다"면서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도권 택지 공급(3만7,000가구)의 5배를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5만 가구, 공공정비사업으로 2만7,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2만3,000가구 등 총 10만 가구의 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공공자가주택도 본격 도입한다.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에 이익공유형, 지분적립형, 토지임대부 분양으로 내년 6월쯤 1만5,000가구 공급 계획을 확정한다. 신혼희망타운 임대형 2,000가구는 1년 앞당겨 공급하고, 철도역사를 복합개발한 청년주택 1,000가구 공급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공급 정공법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가 공급돼 중장기적으로도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아닌 수요에 맞는 공급으로 풀겠다는 정부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 지난 4년간 집값이 치솟은 책임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번 대선에서 이슈가 되니까 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강조해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 같다"고 꼬집었다.


유동성 관리, 시장 투명성 강화

이밖에 일관성 있는 가계부채 관리로 유동성과 집값 상승을 막기로 했다.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4~5%대로 관리하고,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내년 1월부터 조기에 확대 시행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 조성을 위해 편법 증여 등 탈세, 투기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대장동 사태'를 계기로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이윤율 상한을 정하고, 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 땅 투기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가구 분화, 저출산, 고령화, 주거수준 향상, 수요 다양화 등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 14만7,000가구를 내년에 공급한다. 15년 이상 노후한 재고 물량 9만3,000가구는 친환경 자재를 활용해 리모델링을 한다.

노 장관은 "주택공급 확대, 실수요자 보호, 주거복지 강화라는 정책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며 "국민의 집값 걱정을 덜 수 있도록 관계부처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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