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소급 적용해달라" 정책 뒤집기 역풍
정부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정책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혜택을 받지 못한 국민들 사이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2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법안 마련에 착수했으며, 전날에는 긴급 당정회의를 거쳐 정부에 내년도 보유세 동결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는 보유세 부담이 급등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있다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보유세 동결은 내년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건보료 등 국민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양도세 한시 완화는 길어야 1년 내, 보유세 동결 기간도 내년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1년짜리 대책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내년 전월세 계약을 직전 계약 대비 5% 내로 올린 뒤 2년간 유지하는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특례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가운데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작년 7월 말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내년 하반기 시행 2년을 맞으면서 갱신권을 소비한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와 전셋값을 올릴 경우 전세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책이다. 단 조건은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으로 다주택자 물건은 제외되고,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정부 발표 직후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게 양도세 비과세 요건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실거주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냐"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상생 임대인 제도의 경우 발표 즉시 적용되면서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집주인은 혜택이 없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임대인은 "한 달 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계약하고 임대료도 5%만 올렸는데, 그럼 내후년 재계약이 돌아오는 집주인은 적용을 못 받는 것이냐"며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무슨 차이가 있는데 차별을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도세 한시 완화 추진에 대해서도 막대한 양도세를 내고 집을 판 사람들 사이에는 소급적용 요구가 거세다. 보유세가 부담돼 어쩔 수 없이 올해 집 한 채를 팔았는데 정부 정책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며 똑같이 소급 적용해달라고 주장한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 "역시 정부 말 안 듣고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작년과 올해 빚을 내 종부세를 내고 내년부터는 막막했는데 안 팔고 갖고 있길 잘했다"는 등의 반응이 달렸다.전문가들은 임대료나 세금 부담이 커진 세입자나 다주택자 등을 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임시방편에 가까운 한시 대책만 쏟아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보유세만 하더라도 내년 세금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 급등을 막겠다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현실화 속도는 손대지 않기로 하면서 2년 뒤 급등할 공시가격과 보유세, 건보료 등의 해결 방안에 대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임대차 3법과 양도세 중과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 됐다. 이런 땜질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세금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정상화되어야지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꾸는 것은 정책도 실패하고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킨다"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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