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집주인' 혜택 준다는 정부..시장 반응은 냉랭
공시가 9억 이하·1주택자만.."매물 출회 효과 미미"
"전세난 근본 해법은 공급..다주택자 매물 끌어내야"
정부가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월셋값 급등을 막기 위해 ‘착한 집주인’에게 실거래 거주 1년을 인정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번 조치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데다 전·월세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꼽히는 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오히려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이 향후 전·월세시장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북·경기·인천만 효과… 비조정지역은 의미 없어= 정부가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임대인 혜택은 전·월세 임대료를 5%이상 올리지 않은 집주인에게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1년으로 완화해 주는 것이 골자다. 임대차3법 이후 전·월세 가격 급등, 이중가격 현상 등 임대차법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조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전국 전세가격(주택)은 14.46% 상승했다.
하지만 착한 집주인 혜택을 보려면 해당 주택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계약시점)여야 하고 1가구1주택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번 방안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가 많은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 인천 지역들에 혜택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조차 공시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권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수는 올해 약 52만호다.
실제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월세가격 상승을 주도한 곳 역시 강남권이다. 임대차3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올 11월까지 강남권의 전셋값 상승률을 보면 송파구가 25%에 달하고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각각 18.83%, 20.94%나 치솟았다. 이번 보완책이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자기 집을 세 놓은 1가구1주택자 역시 세입자 입장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인의 임대료 인상분을 감당하기 위해 세를 올려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시장 불안은 기본적으로 임대차3법 시행 과정에서의 진통과 전세물건의 원활한 공급량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며 "이번 정책이 시장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원주, 제주, 동두천 등 외지인 투자로 올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비조정지역의 경우 애초 ‘2년 실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번 보완책에 따른 임대료 억제 효과가 아예 없다.
아파트 실거래 정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 2위는 원주(158건)다. 지난해 7월 이후 원주 전세가격은 6.60% 올라 전국 상승률을 밑돌지만 갭투자가 활발했던 최근 3개월 전세가격 상승률(1.27%)은 강북(1.09%), 강남구(0.95%) 등 서울 일부 지역보다 높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조정지역이 아닌 지역들은 이번 대책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배제… 공급난 타개 요원=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해소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전셋값 하락폭이 두드러지는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세종시의 12월 둘째주 전세수급지수는 91.3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지난 9월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확정 등 대형 호재가 있었지만 ‘공급 폭탄’을 이기지 못했다
임대물량 공급의 핵심 출처인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배제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세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많고, 이들에게 약간의 유인이 주어지면 단기 매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땜질식 처방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 역시 내년 말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대책이라는 점에서 내후년 이후의 전·월세 시장 안정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나오는 포퓰리즘 정책들이 오히려 집주인, 세입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루에서 강릉까지…8450억 코카인, 한국 노렸다 - 아시아경제
- "얼짱공주님이 입은 옷" 난리나더니…일본서 56만원 원피스 완판 - 아시아경제
- '많을까 걱정하기도'…커피, 하루 여섯 잔 마셨더니 나타난 효과 - 아시아경제
- "올리브영엔 없어요"…외국인 관광객들 약국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 아시아경제
- KTX벨트 타고 뜬 집값…'마용성' 상승률 제친 '문영' - 아시아경제
- 반말, 욕설, 흡연 참다 못한 주점…'5060 이상 중년남 출입금지' - 아시아경제
- 도쿄·다낭 다 밀렸다…올여름 한국인 선호 여행지 1위는 - 아시아경제
- "짐승 다루듯 제압 당해, 전치 4주"…'과잉 경호' 피해자 사진 공개 - 아시아경제
- "제발 그만 시켜" 알바생 곡소리…'10만원 호텔표 저리가라' 4000원 MZ빙수 열풍 - 아시아경제
- 尹 부부 사진 내리더니…팬카페 '건사랑' "보수 결집 중심 탈바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