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집값 폭등 '문재인 게임'..오징어게임 초대박이 씁쓸한 이유

박상길 2021. 10. 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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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문재인게임 게시물.<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한국의 치솟는 집값과 일자리 부족 등을 반영한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와 관심이 모아졌다.

뉴욕타임스는 7일 서울발 기사에서 주인공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는 오징어 게임은 치솟는 집값, 일자리 부족 등에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이야기와 주인공의 문제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한국 전쟁 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부의 격차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 격차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현재 11위에 올라 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해 상당수 경제학자가 이로 인한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상황이고 집값은 급등해서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서울 집값이 5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흙수저'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많은 젊은이가 암호화폐나 복권 등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에 골몰해 있다며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월급만 빼고 물가·빚·집값 등 안 뛰는 게 없는 상황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식료품 가격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6개월째 2%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유와 휘발유 등 석유류는 올해 9월 기준 전년 대비 20%대 급등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지난 4일(현지 시간) 77.62달러로 7년 만에 최고치로 뛰는 등 국제유가 상승세로 국내 기름값 부담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주거비도 계속 부담이다. 지난달 전세(2.4%)와 월세(0.9%) 등 집세는 1.7% 상승했다. 주거비 부담 때문에 장기전세주택으로 수만명이 몰리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된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에 2만여 명이 몰리며 청약 경쟁률이 10.8대 1을 기록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전셋값이 주변 시세의 80% 이하인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번 청약 대상의 전셋값은 주변 시세의 65% 이내였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978만원으로, 12억원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만 1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올해 1∼9월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가격도 11.98% 올라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9.87%)과 2006년(11.60%)의 연간 상승률을 이미 추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후퇴하고 주택자금과 생활자금 수요 등이 커지면서 빚은 가계부채는 더 심각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57조5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8월 증가액 34조5000억원보다 23조원 많다.

금리 상승세는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98∼4.53% 수준으로 한 달 사이에 0.35%포인트 안팎으로 뛰었다. 한국은행이 과잉 유동성 회수와 물가 관리 등을 위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연내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작년 말보다 각각 2조9000억원,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기준금리가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1조5000억원, 2조9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황이 이렇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이 오징어게임만큼 국민을 힘들게 했다며 풍자한 문재인게임이 등장했다. 게시글에는 토지거래허가제 강행, 유주택자 세금 폭탄, 임대차 3법 강행, 양도세 혜택 완화,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무주택자가 죽고 유주택자만 살아남는다고 적혔다. 그러면서 문재인게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동산 대폭등, 부동산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라고 정의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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