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걱정 말라더니..가을이 두렵다" 보증금 급등에 전전긍긍 세입자
강남발(發) 이사 수요와 전통적인 학군 수요가 맞물린 올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감소한다는 예측도 전세 안정세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두 달 동안 0.09∼0.17% 올랐다.
지난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을 시작해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이 나온 후 3월과 4월 각각 0.03%, 0.02%로 상승폭이 주춤했지만, 6월 들어 매주 0.08∼0.10% 수준으로 오르며 변동폭이 커졌고 7월 4주에는 올해 최고 상승률인 0.17%까지 치솟았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큰 뜀폭이다.
정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월 중순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계획된 서울지역 전체 및 강남4구의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작년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정비사업 이주로 전세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은 서초구 재건축 이주 수요와 양천구 등 학군 수요가 전세값 상승을 견인했다.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최근 두 달간(8주) 2.17% 올라 서울 평균(1.08%)의 2배를 웃돌았다. 이어 동작구가 1.58%, 송파구 1.45%, 양천구 1.43%, 노원구 1.31%, 강동구 1.18% 순으로 집계됐다.
서초구에선 3∼6월 방배13구역, 신반포18차 337동, 신반포21차, 반포1·2·4주구 등 5천여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시작했다. 아파트 철거에 따라 기존 거주자가 인근 지역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전세 부족 상황도 상황하는 모습이다. 아실(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월세 임대 매물은 이날 기준 3087건으로, 두 달 전(3170건)보다 2.7% 감소했다.
전세난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달 반포 3주구(1490가구)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면서 이주 시기를 7월이 아닌 9월 이후로 2개월 미루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기한만 연기됐을 뿐 전세물량 공급 등의 대책 마련이 없다보니 매물 부족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세물건 품귀로 전셋값도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반포 1·2·4주구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달 20일 최고가인 보증금 23억원(34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고, 중소형인 전용 59.97㎡도 6월 19일 보증금 15억5000만원(14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래미안퍼스티지' 84.93㎡는 전세가 5월 보증금 21억원(18층)의 신고가를 세입자를 들였고, 인접한 '반포힐스테이트' 155.95㎡는 보증금 30억원(23층)에 역대 최고 가격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서초구와 맞닿은 동작구도 서초구의 이주 수요 영향에 자치구 내 노량진·흑석동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고 있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동작구의 전세 물건은 2개월 사이 6.8% (594건→554건) 줄었는데 상도동(-60.7%)과 사당동(-16.6%)의 영향이 컸다.
양천구도 두 달 새 전세 매물이 31.6%(735건→503건) 감소했다. 여름 방학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목동신시가지로 몰리며 전세가 귀해진 탓이다. 전통적으로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구, 양천구를 비롯해 상계·중계동이 속한 노원구의 전세시장도 학군수요 영향을 적잖이 받고 있다. 일례로 노원구 중계도 '건영3차' 전용 84.9㎡는 이달 보증금 8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주변의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단지의 전세 물건은 달랑 하나뿐이다.
문제는 전세 시장이 앞으로도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전세난의 최선의 해결 방안은 물량 공급인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지난해 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새 임대차법 도입 후 심화한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11·19 전세대책도 당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공임대 공실 활용 및 공공전세주택, 신축 매입약정 등을 통해 전세난을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의 신축 매입약정 체결 건수는 4300가구로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상반기 공급 목표치 7000가구의 61.4% 수준이다. 공공전세 주택은 약정 계약 건수가 1600가구로 목표치(3000가구)의 53.3%에 불과하다.
서울의 신축 매입약정은 2300가구(목표 3000가구), 공공전세는 400가구(목표 1000가구)로 상반기 공급 목표치를 하회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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