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떨어져도 고작 6%"..집값 문제 뒷짐 진 한은

권화순 기자, 이소은 기자, 김민우 기자 2021. 7.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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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잡지못한 집값, 저금리는 죄 없나 (上)

[편집자주]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유동성을 언급하면 '남탓한다'고 욕먹기 십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 풀기는 전세계적 현상이었고 그 조건에서도 집값을 안정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수요억제로 일관한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공급확대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동성 관리를 책임진 한국은행은 최선을 다했을까. 한은은 하반기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묻는다. 유동성은 집값에 무죄인가.

[단독]연일 집값 거품 경고하더니…최악 6% 하락 예상한 한은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2021.06.23. dadazon@newsis.com

연일 집값 거품을 경고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선 향후 2년간 최악의 상황에도 집값이 6% 넘게 하락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자본여력이 충분한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상업용 부동산 40% 급락'을 가정하고 테스트를 실시했다. 최근 '집값의 대규모 조정'을 경고한 한은과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집값 급등이 전국민의 일상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때 참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는 집값이 아예 빠져있어 통화정책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美 연준, 상업용 부동산 40% 급락 시나리오, 한은은 고작 6% 하락 가정...집값 문제에 뒷짐진 한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최근 향후 2년간 경제성장률 -3.6%, 주택 매매가격 6% 하락을 가정하고 자본여력이 충분한지 알아보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한은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만든 시나리오 가운데 2022년 2분기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를 근거로 자본이 충분한지 살펴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은행 자산건전성이 양호하다"며 배당제한을 풀었다.

비슷한 시기, 미 연준도 은행 배당제한을 풀기 전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연준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5.5%를 가정했으며 2023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40% 급락(297→178)을 반영했다. 일반주택이냐 상업용 부동산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같은 시기에 한은이 6% 하락을 가정할 때 미 연준은 40% 급락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 주요국 중 집값 상승률 최상위 국가인데도 한은의 시각이 더 낙관적이었던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고평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유동성 감소, 자본유출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가격조정이 나타날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부동산시장에 검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며 10년 전 하우스푸어, 깡통전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가격조정'이 최악의 상황에도 6% 하락으로 봤다는 뜻이 된다.

한은은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짤 때 미국과 달리 부동산을 별도의 독립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금융불균형지수 변동에 따른 종속 변수로 변동률을 가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성장률 하락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집값을 독립변수로 보지 않았다"이라며 "IMF 경제위기 때도 집값이 평균 8%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정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값이 전세가격 밑까지 떨어지는 '깡통전세'를 경고하면서 '6% 하락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소비자물자지수에 집값이 없다...한은 금리 정책에 '집값'이 홀대받는 이유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집값 통계는 아예 빠져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460가구 품목으로 구성되는데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월세 등 집세만 들어가 있다. 이 마저도 가중치 비중이 9.3%에 불과하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자가주거비용' 항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넣어 집값 변동을 간접적으로 물가에 반영한다. 자가주거비용은 집주인이 '주택을 빌려줬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뜻하는데 통상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임대료도 올라간다. 여기에 집값 급등으로 집을 사지 못하고 임대를 택하는 사람들의 임대료도 함께 올라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임대료 비중은 33%로 단일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호주, 뉴질랜드는 아예 주택취득가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넣기도 한다.

반면 우리는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에 넣으면 통계왜곡이 될 수 있다"며 보조지표(24% 비중)로만 활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집값 변동이 물가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도 집값은 중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코로나19 사태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한은이 집값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원인 중 하나로도 지적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엄밀하게는 물가안정 책임이 있는 한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작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집값 통계가 빠진 것은 현시점에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 극복, 가계부채로?..1765조 시한폭탄 위에 키운 경제성장

실거래가격 기준, 부동산 114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정부가 사실상 가계부채관리를 포기했다."(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 소장)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린 것 외에 효과가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저금리를 꼭 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한 금융당국 관계자)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위기속에서 한국은 지난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나름 선방한 국가라고 자평하고 있다. 저금리와 재정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적극 푼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가계부채는 유례없이 급증했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률 은 '세계 톱'이라는 암울한 타이틀을 함께 달았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부여해 왔던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 관리를 중단했고 한은은 금리를 내릴 테니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 외에 대책이 없었다.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아닌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도록 어떤 노력을 했는지 찾기도 힘들다.

◆정부 부채 중심으로 경기 부양 나선 선진국...한국은 가계부채로 극복?


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성장률은 -0.9%를 기록해 16개 주요국 선진국 평균 -4.7% 대비 선방했다. 순위로는 대만, 노르웨이에 이어 3위였다.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한 결과로 풀이됐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 경제성장률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비결은 '가계 빚'이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계' 부채 증가율은 10.8%로 캐나다,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다른 국가들이 정부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경기 방어를 해 왔다면 한국은 가계부채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캐나다의 경우 가계부채가 3.2%, 정부부채가 13.3% 각각 늘어난 반면 우리는 정부 부채가 4.2% 늘어난 사이 가계부채는 이보다 많은 6.6% 증가했다. 주요국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1위다.

한국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27조원, 올해 1분기에는 1765조원로 불어났다. GDP 대비 가격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 수준이며 한은 통계에서 빠진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까지 넣으면 3000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비공식적인 통계로는 가계부채 압도적 1위라 해도 무방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31조원이 주택구입 등의 목적으로 쓰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위험을 안고 도와주는 것이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는데 우리나라는 각자 개인이 위기를 넘기라고 금리인하 등을 통해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중호 소장은 "우리 정부의 특성상 재정균형론자들이 많아 정부부채는 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가계부채의 경우 이전 정부부터 중점적으로 관리해왔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사실상 정부가 가계부채관리를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저금리 할테니 각자도생하라는 한은, 가계대출 목표관리 포기한 금융당국... 결과는 전세계 집값 상승률 최상위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저금리 기조가 필연적인 선택이었지만,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방치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시기마다 각 금융회사별로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사전에 받아 분기별로 관리를 해 왔다. 간접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인 셈이다. 올해는 평균 6% 증가율을 목표치로 잡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지난해는 줄곧 해 왔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중단했다.

통화당국인 한은 역시 손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은법 28조에는 "극심한 통화 팽창기 등 국민 경제상 절실한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한도를 제한하라"고 돼 있지만 한은은 과잉유동성 국면에서 단 한번도 이 카드를 쓴 적이 없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부장은 "금리는 주택시장만 보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의 큰 축이다보니 경기 충격 시점엔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계대출은 금리에 가장 예민하게 움직이는데 한은은 '경고' 외에 뚜렷하게 한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신호를 계속 주면서 도심내 주택 공급에 미온적이었고, 가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최상위권을 달렸다. 부동산 114 에서 집계한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실거래가 기준)은 22.6%로 미국 13.3%, 영국 10.2% 중국 6.3%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예고한 현 시점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꺾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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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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