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예산 '인당 1514원'…성공한 정책도 돈 없어 효과 못낸다
[편집자주] 매년 우리나라 국민 1만1000여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OECD 자살률 1위' 오명은 계속된다. 자살을 막는 안전망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 예산·인력 부족, 각종 칸막이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살예방 현장에선 "자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는 토로가 쏟아진다. 머니투데이는 현황-원인-대안 3편에 걸쳐 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자살예방 개선책을 제시한다.

'1514원.'
올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자살예방사업 예산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자살예방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성공한 정책을 대부분 도입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현장엔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자살예방 예산은 총 782억5000만원이다. 국비 587억5000만원, 지방비 195억원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4564명, 통계청)로 나누면 1인당 1514원이 자살예방 예산으로 배정되는 셈이다.
현재 예산의 75%를 차지하는 국비는 10년 전(2015년) 89억원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엔 태부족이다. 예산을 늘렸음에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은 2015년 26.5명에서 지난해 28.3명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현행 자살예방 정책에는 해외 성공 사례가 대부분 반영됐다. △핀란드 심리부검 △오스트리아 자살보도 가이드라인 △일본 마을 기반 자살예방 인프라 △영국 근거 기반 전문 심리상담(IAPT) 등이다. 하지만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고위험군, 지역 등 타깃형 정책이 전면 시행되지 못하는 배경 역시 예산 부족에 있다.
대표 사례가 심리부검 제도다. 2015년 도입한 심리부검은 자살자가 남긴 기록과 유족 인터뷰 등을 통해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정책이다. 자살자의 심리·행동 요인을 분석한 심리부검 결과는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주요 기반으로 활용된다. 1987년 처음으로 심리부검을 도입한 핀란드는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해 자살률이 크게 떨어뜨렸다.
국내에서 2015년부터 9년간 심리부검을 실시한 자살 사례는 1099건이다. 이 기간 자살자 11만9968명의 0.92%에 불과하다. 핀란드가 심리부검 첫해 실시한 1397건보다도 적다. 올해 심리부검에 배정된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5년간 단 1원도 오르지 않았다.

정부 역시 격차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정부가 2023년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는 일본의 2011~2017년 자살예방 예산을 3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매년 약 4714억원 투입한 셈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1년 21.4명이었던 일본 자살률은 2021년 15.6명으로 떨어졌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러 자살예방 정책 신설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최근 일본 자살예방 예산은 2017년보다 적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예산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살예방 예산 1달러를 투입할 때 어느 정도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자료가 존재한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연구조차 없다. 자살 통계가 폐쇄적이고 단편적이어서 연구 기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교통사고 예방 예산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20여년 전에 비해 현재는 3분의 1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인력이 부족하니 장기 추적이 안 된다. 외래 진료로 오더라도 모두 입원시킬 수 없는데 집에 돌려보내게 되면 가족에게 모니터링을 일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국은 자살 고위험군이 입원했다 퇴원해도 지역 사회에서 환자를 담당하는 사람이 한 명씩 무조건 있다. (병원과 지역사회 간) 배턴터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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