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를수록 집값 더 뛰는데"..서울 분양 아파트 7년래 최저

정석환 2021. 7.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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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서울청약아파트 7건뿐
일반분양 1068가구로 급감
5년전 1순위 6만8천명 접수
올핸 1단지 청약만 7만4천명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전까진
서울 평균 1만4천명 몰렸지만
시행후 3만4천명으로 '껑충'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60대 신 모씨는 4년 전 본인 결정만 생각하면 후회가 남는다. 신씨는 2016년 서울 은평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당첨됐지만 대출 이자, 세금 부담 등을 따져본 뒤 계약을 포기했다. 이 단지는 이후 부동산 광풍 속에 분양가의 두 배 이상 뛰었다. 신씨는 "어떻게든 들어가 버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만 해도 전세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고 청약이 당첨돼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요즘처럼 청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분양 시장이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로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4일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접수 기준 모두 7곳뿐이다. 이는 2015년 이후 최근 7년간 최저 수준이다. 2015년과 2016년 서울에서 분양이 이뤄진 아파트는 각각 17개, 27개 단지였다.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16곳이다. 2019년과 2020년 역시 각각 25곳, 16곳에서 분양하며 2015년 이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지만 올해 7곳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급감한 셈이다.

분양 단지 수가 줄어들면서 일반분양 물량 역시 급감했다. 단지 수 기준 가장 분양 물량이 많았던 2016년 상반기 일반분양 물량은 4983가구였다. 올해 일반분양은 1068가구에 그쳐 5년 전 대비 78.5% 급감했다. 지난해 16개 단지 2510가구보다도 57.4% 줄었다.

단지 수가 줄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16년 상반기 4983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는 6만7912명이었다. 올해 모집한 1069가구에는 2016년 청약자의 두 배에 달하는 13만3327명이 1순위로 접수했다.

지난 3월 분양이 이뤄진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경우 이 단지 한 곳에만 7만3769명이 1순위로 접수해 2016년 상반기 1순위 청약자 수 합계를 웃돌았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분양 시장이 이처럼 공급 부족에 처한 것이 지난해 시행된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고 본다. 현 정부는 2017년 원가연동제 방식의 분양가상한제에서 벗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심사하는 형식으로 분양가 규제에 나섰다. HUG의 심사로 분양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난해 7월 29일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자 청약 문이 더 좁아지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한 뒤 서울 분양 단지에 청약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이전 서울에서 모집 공고가 이뤄진 31개 단지 1순위 청약에는 평균 1만4320명이 몰렸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모집 공고가 나온 9개 단지에는 평균 3만4316명이 1순위에 접수하면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경쟁률 역시 치솟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후 첫 청약 접수 단지인 서초 자이르네와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각각 300대1, 537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망우역 신원아침도시(중랑구), 수유동 북한산 스카이빌 아파트(강북구) 두 개 단지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평균 경쟁률 200대1 이상을 기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나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로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땅값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도 따라 올라가는데 분양가를 억제하면 수익이 줄어들고, 조합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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