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노형욱 만나자 세금 3억 올랐다, 목동 임대사업자 분통
오세훈 시장 제안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
임대사업자는 기간 못 채워 양도세 중과 가능성
목동·상계동 등 초기 사업장들에 불똥
서울 양천구 목동의 낡은 소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모(58) 씨. “이 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세금 날벼락을 맞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인 소유의 강북 아파트에 살고 있던 김씨는 6년 전인 2015년 노후 임대 수입용으로 목동의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를 샀다.
김씨는 현 정부가 2017년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등으로 다주택자 규제에 나서자 처분을 고민했지만 그해 말 세제 혜택을 담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보고 2018년 임대의무기간 8년의 장기임대로 등록했다. 종부세가 면제되고 나중에 팔 때 양도세가 감면되는 혜택이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정부가 아파트 임대주택 등록을 폐지하고 자진 말소를 유도하자 남은 임대 기간 동안만 임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목동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런데 오 시장이 재건축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대폭 앞당기겠다고 나섰다. 지난 9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만나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앞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이 재건축의 경우 현재 조합 설립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 인가에서 구역 지정 이후로 각각 당겨진다. 양도 제한 이후 집을 산 사람은 조합원이 아니어서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새 아파트가 나오지 않는 집을 팔 수가 없어져 거래 제한인 셈이다. 지위 양도 제한이 재건축·재개발 공사 완공 때까지여서 10년 이상 묶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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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4년 지나양 양도세 중과 제외
김씨가 양도 제한 전에 서둘러 팔면 임대의무기간 절반(4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는다. 그동안 10억원 정도 올라 중과 세금(71.5%)이 6억5000만원이다. 양도 제한이 앞당겨지지 않은 지금 규제대로라면 임대 4년 이후 자진말소해 팔면 되고,세금은 일반세율을 적용받은 3억7000만원으로 3억원 정도 적다. 김씨는 “정부가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내쫓더니 오 시장이 출구에 세금 폭탄을 설치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거래제한 강화의 불똥이 임대사업자에게 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뒤집으며 그나마 보전해주기로 한 세금 혜택이 조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걸려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서 8년 장기 임대주택을 임대기간 4년이 지난 뒤 자진말소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 세율이 훨씬 낮은 일반세율로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도입되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전에 4년을 채우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 이후 임대주택 등록이 크게 늘어 대부분 임대기간이 현재 기준으로 2~3년 지났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법을 개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했거나 구역 지정된 구역은 바로 적용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안전진단과 구역 지정을 앞둔 사업장도 머지않아 적용받는다"며 "서울시가 인허가 단축을 추진하고 있어 거래 제한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8~2019년 전국적으로 등록한 임대사업자가 22만명이고 등록 임대주택이 53만가구다.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많이 등록됐다.
서울에서 목동·상계동이 대표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목동 1~14단지 2만6000여가구 중 등록 임대주택이 7% 정도인 1700가구다. 이중 절반이 넘는 1000가구가 대부분 2018년 이후 등록했다. 상계동 아파트 5만8000역구 중 4000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절반인 2000여가구가 8년 장기임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9년까지 소형 아파트 대부분의 공시가격이 임대주택 등록 세제 혜택을 받는 6억원 이하여서 목동에 임대주택 등록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풀릴 때까지 버티더라도 양도세 중과를 피하지 못한다. 재건축·재개발 공사가 끝난 뒤 받는 새 아파트는 임대주택이 아니어서 팔면 다주택자 중과 대상이다.
임대사업자 박모씨는 "거주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 중과를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는 집을 팔 수는 없다"며 "세제 혜택을 받고 빠져나갈 길이 앞·뒤로 다 막힌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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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2년 거주 요건은 주택임대사업자 제외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재건축·재개발에도 악재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이 늦어져야 세금 혜택을 받고 나갈 수 있어 사업 진척을 반대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관계자는 “안전진단이나 구역 지정을 서두르지 말고 늦춰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은 “등록 임대주택에서 말소한 주택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 허용 사유는 장기 소유자(5년 거주, 10년 보유)와 사업 장기 정체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조합원 자격에 도입하기로 한 2년 거주 요건에서 주택임대사업자를 제외하기로 했다. 임대의무기간 동안 거주하지 못하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임대사업자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기화의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규제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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