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혜택 약속 뒤집기..싼 임대주택 50만가구 사라진다
“정부가 혜택 많이 준다고 (임대사업자) 등록하라길래 시키는 것 다 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해서 사회악, 적폐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중소병원에서 일한다는 간호사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로 꼽힌다. 정부 출범 초기엔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늘려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겠다며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금 혜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치솟자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약속을 뒤집었다. 작년 ‘7·10 대책’을 통해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임대 유형을 폐지했고, 지난달 여당은 다세대·빌라 등 모든 주택의 신규 등록을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94만 가구 중 759만 가구가 세입자다. 그리고 전체 세입자의 86.5%가 다주택자들이 세를 주는 민간 임대주택에서 산다. 문제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임대사업자 정책 때문에 저렴한 전·월셋집이 줄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사라진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등록 임대주택 자동 말소 대상은 전국적으로 50만708가구에 달한다. 서울 15만3941가구, 경기도 11만6617가구 등 전체의 약 6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던 임대주택 50만 가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의 방 2개짜리 상가주택이 최근 보증금 300만원, 월세 70만원에 계약됐다. 근처 같은 수준의 주택은 보통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90만원 정도 하는데, 집주인이 임대사업자인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월셋집이 간혹 나온다. 전세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선 등록 임대주택의 인기가 더 폭발적이다. 작년 10월 전세 매물로 나온 집을 구경하려고 10여 명이 줄을 서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해 화제가 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도 주변 시세보다 수천만원 저렴하게 나온 등록임대주택이었다.
임대사업자는 기존 세입자는 물론, 세입자가 바뀌어도 임대료를 연간 5% 이상 못 올린다. 세입자는 원하면 같은 집에서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임대주택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임대시장이 무너지면 집을 살 여력이 안 돼 전세나 월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어려워진다”고 했고,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임대사업자 압박은 집값 안정 효과보다 저렴한 서민 주거지를 없애고 전·월세 가격 폭등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세입자 지옥' 만든 임대차 3법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면, 작년 7월 말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며 시행된 ‘임대차 3법’은 매물 품귀와 전셋값 급등을 유발해 ‘세입자 지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대차법에서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 룰)에 따라 기존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비슷한 조건으로 2년을 더 살 수 있게 됐지만, 신혼부부 등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의 부담은 크게 늘었다. 매물로 나온 전셋집 자체가 급감한 데다가 집주인이 4년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면서 전셋값이 수억원씩 뛰는 사례가 속출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가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가격이 배(倍)로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도 심해졌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달 최저 6억3000만원, 최고 13억원에 거래됐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시장 왜곡, 세입자 피해, 사회적 갈등 등 임대차법 개정 전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부작용이 모두 현실이 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임대차 3법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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