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관리가 올린 집값?.. "위험관리 하다가 주택 수급 조절 실패"

허지윤 기자 2021. 6.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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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2년 전만해도 새 집을 사는 사람이 없었던 지방 주택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분양 물량 우려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던 수도권 지역은 물론 지방 중소 도시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지방도시 아파트 가격은 4.42% 올랐다. 작년 지방 아파트값의 상승률(0.74%)보다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방 아파트 값은 일부를 제외하곤 하락세를 보였다.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HDC현대산업개발

지방도시 중에서도 ‘미분양 관리대상지역’으로 꼽혔던 지역 상당 수가 미분양 우려에서 벗어난 데다 집값도 급등하고 있다. 충북 청주가 대표적이다. 청주는 2016년 10월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3년 6개월 만인 작년 6월 말 해제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주 아파트값은 지난달 31일까지 33주 연속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은 1월엔 0.73%, 2월엔 0.80% 올랐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1.04%, 0.94% 올랐다. 5월 상승률도 0.91%를 기록했다.

경남 양산도 같은 분위기다. 2018년 7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이었던 경남 양산 아파트값은 작년 8월 하락세를 끝으로 매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올해 1월에만 전달보다 2.3% 올랐고 2월엔 1.24% 올랐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1.28%, 1.18%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5월 상승률은 1.29%에 달했다. 이 지역은 올해 1월 1일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2017년 8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작년 6월 30일 해제된 경남 김해 지역 아파트값도 작년 12월부터 상승세다. 올해에는 1월 0.51%, 2월 0.65%, 3월 0.53%, 4월 0.51%, 5월 0.67%의 상승 폭을 보였다. 작년 1월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된 전북 군산도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주 아파트값이 상승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기에 입주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선임 연구원은 “입주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새 아파트가 더 귀해지고, 집이 부족하니 전셋값도 함께 오르면서 다시 ‘갈아타기 수요' 등 매수세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미분양관리지역의 역설'이라고 칭했다. 일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분양관리지역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월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에서 미분양 가구가 크게 늘거나 미분양 해소가 저조한 지역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역 등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과 분양 보증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주택 공급이 자연스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 보증을 받아야 해서 어쩔 수 없다”면서 “공급 과다로 미분양이 났으니 한동안은 공급을 줄이라는 취지지만,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역설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예상치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미분양 무덤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던 인천 검단 신도시와 양주 신도시 등 수도권 지역 곳곳도 집값이 상승하고 새 아파트 청약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주택 수급상황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하나의 예”라면서 “정부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 발표하면서 공급을 컨트롤하고 있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공사가 판단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HUG의 미분양관리지역 지정과 보증 규제 등은 분양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취지지만, 미래 주택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 관리하지 못하면서 외려 해당 지역들의 새 아파트 품귀 현상과 주택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지방 곳곳의 집값이 오르고,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으로 미분양 물량이 팔리면서 현재 미분양 관리지역(지난달 5월 31일 발표)은 ▲원주, ▲진천, ▲김천, ▲안동, ▲광양, ▲창원, ▲거제 등 총 7곳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폭 줄었다. 작년 5월 발표한 미분양 관리지역은 31곳으로 경기 양주, 평택, 화성(통탄2제외), 안성, 인천(중구) 등 수도권 5개 지역과 부산(부산진구), 대구(달성군, 서구), 강원권 속초, 춘천, 원주, 동해, 고성군, 충북권 청주, 증평군, 충남권 당진 서산, 전남권 목포, 영암, 경북권 영천, 구미, 김천, 경주, 포항, 경남권 양산, 통영, 김해, 사천, 거제, 창원 제주 서귀포시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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