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임대사업자가 아파트값 올렸나요?[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가양동에서 전세로 나온 20평대 아파트를 보려고 복도에 줄을 선 세입자 사진이 화제였다.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후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자 계약하겠단 사람이 너무 많아 제비뽑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다. 이 아파트는 그 동네에서 보기드문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이었다. 최장 8년간 연 5% 이상 전셋값을 못 올리는 이 아파트는 보증금이 시세보다 1억~1억5000만원 저렴했다. 세입자들이 줄까지 서서 집을 본 진짜 이유였다.
이런 '착한' 전셋집을 앞으로 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임대사업자 제도를 전격 폐지하겠다고 선언해서다. 민주당 계획대로라면 정확히 2031년에 우리나라 임대사업자는 1명도 없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와 4년 단기 임대주택 신규 등록을 막았는데 민주당은 한술 더 떠 모든 주택유형의 신규 등록을 안 받겠다고 했다. 자동말소된 임대주택을 6개월 안에 안 팔면 양도세 혜택도 없앤다고 한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제도의 전격 폐지 선언인 셈인데, 의사결정은 그야말로 '졸속'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초 출범한 민주당 부동산 특위에선임대사업자 양도세 혜택 축소 정도만 진지하게 논의됐을 뿐, 전격폐지는 발표 전날 갑자기 포함됐다고 한다. 고위 당정청에서 목소리 큰 한의원의 한마디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장기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혜택 폐지는 심지어 발표 당일 몇 시간전 끼워 넣었다고 한다. 당정 협의는 커녕, 민주당 안에서도 논의가 생략된 것이다.
민주당이 집값을 잡겠다더니,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비판'이 거세다. 첫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다고 서울 아파트값은 못 잡는다. 약 160만채에 달하는 임대사업자 주택의 23%만 아파트일 뿐이다. 나머지 77%는 다세대, 다가구,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다. 더구나 임대주택의 86%는 시세 3억원이 안된다. 원룸·투룸 등 비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고 과연 '불티'나게 팔릴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다세대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 임대사업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는 아파트값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항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값 급등의 책임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리며 '마녀사냥'한다는 비판이 나올법하다.
민주당이 가장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민간 임대주택이 서민 주거안정의 한 축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10명 중 6명은 자기집이 있지만 나머지 4명은 그렇지 못하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서, 직장이나 학교 등 각각의 이유로 전세 혹은 월세를 구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선택지는 3가지다. 공공임대주택, 일반 전월셋집, 민간 임대주택.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은 소득 조건이 안 맞으면 들어갈 수 없다. 나머지 선택지 중 민간 임대주택이 안정적이다. 일반 전월셋집은 계약갱신권을 행사해도 4년까지만 거주하지만 민간임대주택은 눈치 안 보고 10년 거주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같은 집 없는 서민의 선택지를 하나 뺏은 셈이다.
주택 매매시장의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모든 사람이 1주택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갖가지 이유로 1주택자가 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임대 사업하라"고 부추겨 놓고 약속을 안 지킨 것보다 더 큰 문제는 1주택자보다 주거환경이 더 불안정한 세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칭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민주당이라면 세입자 우선인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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