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이끌 '정책 집행부' 필요…예산권도 갖춰야"
[편집자주]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왔다. 기술패권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다. 산업정책의 부활은 선진국이 주도한다. 한국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산업 혁신은 사라졌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만 늘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의 전환,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주도 산업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우선과제는 거버넌스 개혁이다. 정부 차원의 강한 리더십도 필수다. 정책 엇박자와 파편화 문제를 유발했던 분권화된 부처 체계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국가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정책 집행부' 성격의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공학 기술 연구기관인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산업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 내 '혁신수석실' 신설을 제안했다. 과학기술·산업·AI(인공지능) 등 기술혁신 정책의 조율과 평가, 예산 조정까지 관장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다.
이전 정부의 과학기술수석실이나 이재명 정부의 AI미래기획수석실 등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있다. 다만 혁신수석실의 차별점은 '예산·인사권'이다. 인사와 예산 권한을 쥐고 있어야 범부처 정책 조정을 위한 컨트롤 타워 기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부처 개편만으로는 압도적인 혁신역량 제고가 불가능하다"며 "파편적인 조직 개편 논의보다 컨트롤타워 기능 확보와 책임 있는 운영체계 구축으로 총체적 전략 정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모델로는 미국의 백악관 내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있다. OSTP는 연방정부 전체의 과학·산업기술 혁신 전략을 기획하는 조직이다. 주요 부처간 정책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OSTP는 정책과 예산의 연계가 가능한 구조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협력해 매년 과학기술 R&D(연구·개발) 분야의 예산 지침을 공동 수립한다. 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통합 전략을 세우는 실질적인 '집행부' 조직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총리 직속의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CSTI)에서 과학기술정책 전략 수립과 부처간 조정을 총괄한다. CSTI는 내각총리가 직접 주재하고, 각부처의 R&D 예산 배분도 관리한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차기회장)는 "새 정부에서 AI미래기획수석실을 만들었지만 산업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혁신수석도 필요하다"며 "R&D부터 기술사업화까지 활동을 종합적으로 관장하고, 예산을 조율하는 등 범부처 차원의 정책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부총리급 위원회와 총리실 산하의 조정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잡고 지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중소·금융·외교·안보 등 여러 부처가 들어와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책 조정 기구의 '예산 배정권'은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에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 정책 전반을 세우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예산 기능은 없다"며 "기재부에 예산을 신청하는 구조다 보니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 권한이 없는 컨트롤 타워로는 기획 기능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가주도 산업정책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은 국가 경제 방향타를 다시 잡는 작업이다. '기재부의 예산조정', '과기정통부의 기술개발', '산업부의 정책 기획'처럼 각개전투해서는 뒤처진 신산업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산업정책으로 성장한 나라지만, 2010년 이후 제대로 된 산업정책이 실종됐고 국가의 역할론도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준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명확한 비전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산업 정책을 하나의 부처에 맡기기에는 너무 큰 부분이기 때문에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수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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