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시대, 정부 주도 산업정책 필요…명확한 방향·타겟팅해야"

세종=최민경 기자 2025. 6. 2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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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新산업책략] <3> ③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인터뷰
[편집자주]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왔다. 기술패권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다. 산업정책의 부활은 선진국이 주도한다. 한국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산업 혁신은 사라졌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만 늘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의 전환,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는 산업 발전을 민간에 맡기되 정부는 뒤에서 뒷받침하는 식의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상 질서가 국가 주도로 전환되고 경쟁국들이 파격적 지원에 나선 시점에서 그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해진 시기입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제1과제로 '산업정책'을 꼽으며 "지금까지의 산업정책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정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엔 대내외적인 복합위기가 있다. 권 원장은 대외적으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 성장 △인공지능(AI) 확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 4가지 위기를 꼽았다. 국내 위기론 △저출생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및 정부 재정 상황 악화 등 3가지를 꼽았다.

권 원장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거나 경쟁하는 것, AI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일은 민간에 맡기면 한계가 있다"며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적용해야 할 일들은 개별 기업 단위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도 저성장 국면이란 건 경제가 구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거시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과거 정부들이 산업정책을 추진하며 범했던 오류로 '백화점식 나열'을 지적했다. 정책 항목은 많지만 포괄적인 지원에 그치고 중장기적 목표와 방향성 제시가 부족했단 의미다.

권 원장은 "그동안에도 AI, 바이오, 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목표를 향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방향성이 없으면 민간도 반응하지 않고 정책 효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생태계 내에서 한국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하위 분야를 선별해 집중 육성하는 등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산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수요 확대, 규제 변화 등 전체적인 패키지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 중심 전략의 한계가 실제로 드러난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한국 산업은 구조적으로 정체 상태에 빠졌고 민간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들이 시장 중심으로 대응하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석유화학 등 일부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민간 자율에만 맡겼을 때는 이 산업들이 더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과거 산업정책 실패에 대한 반면교사도 짚었다. 명확한 중장기 전략과 근거 없이 접근하면 예산 낭비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국산 운영체제(OS) 개발, 독자 모바일 표준 개발 등 국제 기술 흐름과 단절된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며 "국산화를 목표로 한 폐쇄적 접근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AI 같은 첨단 영역에서 이 함정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 '에너지 전환 및 산업 업그레이드' 등 산업정책 방향에 대해선 "방향성 자체는 좋다"며 "실제 실행에서 디테일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같은 첨단산업 영역에선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중심의 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원장은 "누가 전권을 쥘지가 아니라 부처 간 균형을 잡고 기능을 연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 역량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등 상위 기관에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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