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체감 못하는 전세시장 안정세..노도강 금관구 신고가 계약 속출
"전셋값 여전히 비싸"
전세→월세전환 입주물량 감소
지난해 폭등했던 서울의 전세가격 오름세가 완만해지면서 전세시장이 통계상으론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올라도 너무 올라 진정이라 보기 어렵단 반응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1월 주간 기준으로 0.15%까지 치솟은 뒤 12월부터 서서히 상승폭이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매달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1월 0.12%, 2월 0.07%, 3월 0.03%, 4월 0.02%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 2주간 각각 0.03%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은 관련 통계를 발표하면서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공표 자료엔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거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단지 위주로 오름세가 이어졌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추후 수정된 자료에는 이 내용을 삭제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전셋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공표 자료의 내용을 뺀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반포동 등 이주수요의 영향으로 서초구의 경우 전셋값 상승폭(0.01→0.04%) 커졌다.
국토부도 강남 재건축 단지발 전세 불안 우려가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서둘러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올해 강남권의 정비사업 이주수요는 작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올해 서울의 정비사업 이주수요는 약 7637가구로 작년 2만4708가구의 1/3 수준에 그친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약 4251가구로 작년(8348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송파·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고, 하반기엔 강남권에 신규 입주물량(8000가구)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의 이러한 입장과 동떨어진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통계와 달리 무주택 서민들은 "크게 뛴 전셋값이 유지되고 있어 전셋집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94㎡는 이달 8일 역대 최고가인 보증금 17억원(6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4일 전 갱신 계약된 7억6650만원(18층) 대비 2.2배 높은 금액인데 2년 사이 전셋값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5㎡도 달 3일 보증금 7억5000만원(7층)에 계약서를 써 일주일 뒤 계약된 3억5700만원(13층)짜리 전세 계약과 2배 넘게 가격 차이가 났다. 이 또한 갱신 계약으로 3억5700만원은 3억4000만원에서 5%를 인상한 금액이다.
저렴한 전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늘고 있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59.76㎡는 이달 10일 보증금 4억원(18층)에 신고가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작년 5월 2억5000만원에서 1년 사이 1억5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84.98㎡도 지난 4월 보증금 6억7000만원(11층)에 최고가로 전세계약됐다. 작년 상반기까지 5억5000만원 이하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해 1억2000만원 가량 뛰었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5차 전용 84.79㎡는 지난달 28일 보증금 8억원(15층)에, 금천구 시흥동 우방아파트 전용 114.89㎡는 이달 10일 보증금 6억원(12층)에 각각 최고가로 세입자를 받았다.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김모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2년 뒤 집주인이 얼마를 원할지 몰라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을 전세가 안정됐다고 포장하는 정부의 발표에 힘이 더 빠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을 견인할 요인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우선 전세 매물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2만1526가구로, 전달(4월18일 기준) 2만3529가구에 비해 8.6% 적다. 작년(2020년 5월18일)와 비교해보면 4만5630가구에서 52.9%나 감소했다. 반면, 월세 물건은 지난 3월 1만5904건에서 4월 1만6253건, 이달 1만6274건으로 늘었다.
서울은 1년 동안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비율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이는 당정에서 논의 중인 '임대사업자 기존 세제 혜택 폐지'와 '전월세신고제'(6월 1일 발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재건축 실거주 의무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임대인들이 직접 실거주하면서 매물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정부는 작년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입주물량도 넉넉지 않다.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3만861가구(부동산114 자료 참조)로 전년 대비 37.3% 감소한다. 최근 연도별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2018년 3만7537가구에서 2019년 4만9061가구, 2020년 4만9261가구, 2021년 3만861가구로 감소세가 확연하다. 내년 입주 예정 가구는 약 2만가구로 올해보다 1만여 가구 감소한다.
특히 다음달부터 방배13구역,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 18·21차 등 총 5200여가구의 이주가 예정된 점도 전세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안정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2분기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데다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꾸준해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굳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서울은 하반기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가 예상되고 있어 전세물량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 불안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경기 인천 아파트값 급등 이유 있었네"…30대 이하 탈서울 러시
- 방사광가속기 선정 1년…청주 아파트값 2.3억 올랐다
- 홍남기 "매도우위 시장 경계…부동산 정책 내달까지 결론내야"
- 전셋값 폭등에…갈 곳은 ‘수수료 2배’ 서울보증뿐
- 두바이투자청의 `두터운 신뢰`…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대표이사 3연임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