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느는 나홀로족의 커지는 청약 불만.. 전문가들 "진입로 터줘야"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을 앞두고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약을 노리는 수요는 많은데 제도가 정한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다보니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인가구의 불만이 많은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약 제도에서 배제돼있는 이들을 고려해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1인가구는 130만가구로, 그 비중이 33.3%에 달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규모는 ▲2015년 약 520만가구, ▲2016년 540만가구, ▲2017년 562만가구, ▲2018년 585만가구, ▲2019년 615만가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1인가구의 주거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 서울시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주거지원(50.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은 안전정책(15.5%), 경제적 지원(10.1%), 건강 관련 정책(9.7%) 등의 순이다.
내집 마련을 목표로 금융 계획을 세우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직장인 30대 최 모씨는 “매월 청약저축을 하고 있지만, 가점이 낮아 일반 분양은 꿈도 못꾸는데다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미혼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상 얘기”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강모씨(29)는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대출도 쉽지 않아 사실상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청약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1인가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1인가구는 사실상 청년 대상 임대주택과 공공임대 잔여세대 무순위 추첨 외에 제도적 지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1인가구는 부양 가족 수에 따라 청약 점수가 매겨지는 일반 청약 제도에서 불리한 구조다. 일반분양 전용 85㎡ 이하 청약은 점수가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커지는 청약가점제 물량이 100%다. 청약 점수 84점 만점 중에 35점이 부양가족 수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1인 가구의 경우 기본 점수 5점밖에 못 받는다. 전용 85㎡ 이상의 경우 추첨제 물량도 있지만, 미혼인 1인가구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적용하는 투기과열지구나 LTV 50%의 조정대상지역 청약을 노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정부도 청약 점수가 낮은 30대들의 주거 불안을 고려해 ‘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했지만,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신혼부부와 자녀가 있는 기혼자에 한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보니 1인가구는 이도 기회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다. 추첨 물량을 줄이고 가점제를 강화하자 청약 점수가 낮은 30대의 불만이 터졌고,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공급물량 중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신혼희망타운 비중을 전체물량의 46% (1만4000가구)로 배정했다. 공공분양주택 입주자 선정기준을 보면 일반공급 비중은 15%인 반면 신혼부부 30%, 생애최초 25% 등 특별공급 비중은 85%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청약 점수를 보유한 40·50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을 기다리는 수요는 넘치는데 한정된 파이를 놓고 한쪽에 줬던 것을 뺏어 다른 한쪽에 주는 ‘파이 쪼개기’식 제도 개편이다보니 파열음이 계속되는 꼴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공급량이 늘지 않는 한 수요자들 모두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현 청약 제도 상에서 1인가구가 ‘최약체’라는 점을 감안해 이들의 주거 불안을 덜기 위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인가구는 현 청약제도 상에서 사실상 방치돼 있다”면서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청약과 특별공급 청약을 모두 추첨제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고 교수는 “공급이 적은 상태에서 가점제 100% 전환이 이뤄지다보니 불만 계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 기준을 놓고 기회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면 차라리 가점제를 없애고 모두 추첨제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1인가구 특별공급’을 신설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25%나 되는데, 여기서 7%를 1인가구에 배분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라면서 “1인가구 특별공급을 새롭게 만들자”고 했다. 그는 “나홀로가구는 청약 당첨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집값 급등과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 마련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주거불안이 심화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교수는 “1인가구의 상당수가 원룸과 고시원에 머물러 있는데, 집값은 급등했고 임대차2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더 커져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간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각종 규제로 매수를 막을 게 아니라 내집 마련을 도울 수 있는 사다리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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