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들이부어 논을 밭으로"..신도시 후보지 '보상' 노린 흔적들

이소은 기자 2021. 3. 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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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 '김포고촌' 작년 외지인 토지거래 급증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김포 고촌읍 일대 농지 상황. /사진=이소은 기자 /사진=이소은

“LH직원인지는 몰라도 부동산 끼고 땅 보러 오는 사람들은 엄청 많지. 보상금 높이려고 흙을 들이부어서 논을 밭으로 바꾸고 난리도 아니야.”

김포 고촌지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토지거래는 지난해 급격히 늘었고 고가거래는 외지인 매수건이 많다. 보상금을 노린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중개업자랑 같이 땅보러 오는 사람 많아"
서울 강서구와 김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김포 고촌읍은 행정구역상 김포시에 속하지만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을 이용하면 서울로 10분대 진입이 가능한 서울 생활권이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으로 대중교통을 통한 서울로의 이동도 편리해졌다. 우수한 입지 덕에 이미 수차례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온 지역이기도 하다.

18일 찾은 고촌읍 일대는 봄 농사가 한창 시작되는 중이었다. 논밭에서는 새싹이 나기 시작했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기구 작업에 열을 올리는 농사꾼들의 모습도 보였다. 작업을 대략 마친 사람들은 비닐하우스 옆에 마련한 식사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새참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LH 사태를 알고 있었다. 한 농민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일을 하면 안 되는 거지”라며 혀를 찼다. 매년 힘들게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사건이라 했다.

“요즘 주변에 땅 보러 오는 사람이 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LH직원인지 아닌지 내가 봐서는 모르지만, 여하튼 중개업자를 끼고 땅 보러 오는 사람은 엄청 많다”고 답했다.

호가 1.7억 뛰어 "전화·방문 투자 문의 쇄도"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김포 고촌읍 일대 농지 상황. /사진=이소은 기자 /사진=이소은
실제로 고촌읍 일대 토지 거래는 최근 4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밸류맵 집계에 따르면 2017년 225건에서 2018년 332건, 2019년 234건, 2020년 446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는 2개월 반 만에 99건(17일 기준)이 거래됐다. 이중 절반 수준인 42건이 지분거래다. 지분거래는 실사용 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대 중개업소에는 지목이 전·답인 토지들이 매물로 많이 나와 있다. 중개업자들도 ‘투자용 토지’라고 홍보한다.

경작 용도로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임에도 3.3㎡ 당 시세가 15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같은 단위면적 당 70만~1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LH사태 이후에도 3기 신도시 지정을 강행한다는 정부 발표에 중개업소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전화 문의 뿐만 아니라 방문 상담도 많아 너무 바쁘다”고 했다.

매수 문의가 늘자 호가를 수억원 올리는 토지주들도 나온다. B공인 관계자는 "면적 3100㎡의 논이 8억5000만원대에 나왔다가 문의가 워낙 많으니 하루 새 호가가 1억7000만원 뛰어 10억2000만원이 됐다"고 말했다. 3.3㎡ 당 90만원에서 108만원으로 20만원 가까이 올린 것이다.

외지인 매입건, 거래가격 70% 대출로 마련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김포 고촌읍 일대 농지 상황. /사진=이소은 기자 /사진=이소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에 고촌읍에서는 거래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전·답 거래가 다수 이뤄졌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주로 외지인들이 매입한 건이다.

작년 11월 13억4970만원에 거래된 신곡리 일대 토지는 서울 거주자와 김포 거주자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풍곡리 토지를 자매·부부로 추정되는 인천 계양구 거주자 4명이 10억7823만원에 사들였다.

이들은 거래가격의 70% 이상을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각 거래의 채권최고액은 11억9280만원, 7억6800만원 씩이다.

보상금 노린 흔적 곳곳서 발견돼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김포 고촌읍 일대 농지 상황. /사진=이소은 기자 /사진=이소은
고가에 거래된 토지를 찾아가 보니 현재 경작이 이뤄지는 곳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토지에 폐비닐하우스가 방치된 채 놓여있거나 검은색 천으로 뒤덮인 비닐하우스가 설치돼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한동안 닿지 않은 흔적도 많았다. 조경석 무더기와 바닥 포장용 파쇄석, 나란히 심겨진 묘목 등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토지보상 전문가는 "폐비닐하우스, 조경석, 파쇄석, 묘목 등은 모두 보상금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사에게 평가를 의뢰하는 대상에 포함된다"며 "토지소유자들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흙을 쌓아올려 단차를 높인 토지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지목을 '답'에서 '전'으로 변경하기 위해 성토 작업을 한 흔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은 "최근에 팔린 땅인 것 같은데 황토흙을 쏟아붓고 있더라"며 "논을 밭으로 바꿔서 보상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일 조건이라면 '답'보다 '전'이 보상가치가 더 높다.

정부는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에도 불구하고 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추가 발표와 함께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김포 고촌을 포함해 고양 화정·원흥, 하남 감북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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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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