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자문하려면 신고해라"..부동산 유튜버 규제법 논란

방윤영 기자 2021. 2. 2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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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 부동산 유튜버 A씨는 서울지역의 투자처를 요청하는 시청자에게 특정 주택을 추천했다. 알고 보니, 이 주택을 지은 건설사 공동대표 중 한 명이 A씨 본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지은 주택을 투자처로 추천해 이득을 챙기고,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부동산 정보제공을 빙자해 '자신의 배를 채운' 부동산 유튜버의 시장 교란 행위를 지적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소위 부동산 인플루언서(유명인)들이 시장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추천→갭투자 원정대 싹쓸이
유튜버가 특정 지역을 찍어준 뒤 갭투자 원정대를 끌고 가, 매물을 싹쓸이해 집값을 띄워 놓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같은 집단매매는 지난해 청주, 창원 등 지방에서 성행했다.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단체로 내려와서 한사람이 몇채씩 샀다'는 증언은 해당 지역 중개사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추천하거나 언급한 지역은 결국 자신이 투자한 지역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작전주'와 같이 가격 상승을 유도한 뒤 차익을 실현하고 빠지는 방식으로, 나중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최근에는 확실하지 않은데도, 재개발 예정지라며 신축 빌라를 추천하는 유튜버들도 활개를 쳤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 자양4동은 유튜버 방송 이후 신축 빌라 매물이 불티나게 팔렸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근거 없이 '무조건 사둬야 한다',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며 묻지마식 투자를 권하는 유튜버는 믿고 거르는 게 좋다"며 "빌라를 팔려는 업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0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유튜브 등을 통한 정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의 범람, 정보의 비대칭·시장왜곡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의 시장 교란 행위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실거주자가 떠안게 된다. 천안 서북구 불당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미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되기 전) 외지인 투자자들이 가격을 올려놓고 떠났다"며 "임대차법 이후 전세가 귀해져서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부동산 투기로) 매물이 더 없어져 피해는 실수요자가 보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자문하려면 정부에 신고해라..통제 나선 당정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부동산거래법) 제정안에는 부동산 자문업을 '국가신고제'로 운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정안의 주 목적은 부동산감독기구 설립을 위한 것이지만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규제도 들어 있다. 법안은 진 의원이 발의했지만 정부(국토부)와도 사전 조율을 거쳐 사실상 정부도 동의한 내용이다.

핵심은 부동산 자문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한 규정이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문업을 하려면 신고해야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자문업의 범위는 부동산 등 취득·처분 여부, 취득·처분 가격 및 시기 등 판단에 관한 자문이다. 인허가가 아닌 신고이기 때문에 큰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신고하지 않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유튜브, TV 방송은 물론 강의나 책을 통해 부동산 조언을 하는 모든 사람이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문업과 자문업자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 의원은 21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취미 삼아서 개인이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하는 건 문제가 없다"며 "돈을 받고 가입자를 모집하거나 투자자문계약을 맺는 경우 신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자문이나 강연 활동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신고를 하도록 한 것 뿐"이라며 "벌칙조항을 넣어 불법 자문으로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힌 사람만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는 관점에 따라 과도한 개입으로 보일 여지가 있지만, 그만큼 피해가 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의 공공아파트 실거주 의무 위반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필요성은 있지만…'정보 제한' 행위도 피해 주는 꼴
전문가들은 시장교란 행위는 적절히 관리돼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국가신고제' 운영 자체만으로도 정보를 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부정확한 정보, 확인되지 않은 개발 정보로 투자자를 현혹해 재산상 피해를 주는 건 시장교란에 해당하므로 적절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가신고제로) 시장에 정보를 제한하는 것 역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돈을 받고 자문을 하는 유튜버는 극소수에 해당해, 소비자 스스로 부적절한 정보를 걸러내는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일부 유튜버의 발언이 실제 시장을 교란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부동산 정보를 얻는 요즘, 오히려 정보가 음지로 숨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한 정보를 양산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신규택지 예정지를 수차례 걸쳐 발표한다고 했다"며 "이처럼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던져 유튜브에서 온갖 추측이 나오게 한 데에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우려와 달리 소비자들이 특정인의 선동이나 인위적인 작전세력에 끌려 다니는 시대는 지났다"며 "유튜버뿐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동력 떨어진 '부동산감독기구 설립'..국회 통과 여부 미지수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부동산감독기구 설립'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조차 처리가 급한 법안으로 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감독기구 설립에 대해 '부동산 빅브라더', '과도한 기본권 침해' 등의 논란이 일면서 법안 처리에 대한 동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부동산감독기구 설립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국토부는 불법행위대응반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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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윤영 기자 byy@mt.co.kr, 김민우 기자 minuk@,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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