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집값안정 실패한 정부..그래도 정책 변화는 없다
연초 집값 원상회복 언급했지만
매매·전세가격 폭등 결국 못막아
잇따른 대책 실패에도 기조 유지
2021년 부동산 시장 전망 불안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자신감'에서 시작해 '실패'로 마무리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집값 원상회복'까지 언급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계속된 실패와 여론 악화에 관련 부처 수장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6번에 걸친 대책은 시장을 이기지 못했고, 현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도 불명예 퇴진했다. 2020년 부동산 정책은 정부로선 '우울' 그 자체였던 셈이다.
'집값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은 지난해 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정부 기간 내에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인다"며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 대해선 "가격상승이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말해 시장을 긴장시켰다.
문 대통령의 호언장담처럼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수차례 쏟아냈다. 2ㆍ20 대책을 통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ㆍ권선ㆍ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시작이다. 이들 지역은 2019년 12ㆍ16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집값이 크게 오른 곳들이다. 하지만 시중의 유동자금을 고려하지 않은 '핀셋규제'는 또다른 풍선효과를 야기하며 수도권 집값을 계속 끌어올렸다.
결국 정부는 6ㆍ17 대책을 발표해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치책 등을 마련했다. 이후 강남권 매수세가 주춤했으나 전체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복잡한 규제를 남발하다보니 인천 서구처럼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들에서 청약 대출한도 등을 놓고 혼란과 불만이 속출했다. 꼼꼼한 준비 없이 대책을 내놓은 국토부와 금융위 등은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하지 못했고, 수요자는 물론 일선 은행ㆍ분양 현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정부 대책은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지만 정작 집값은 잡지 못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을 호출해 긴급 보고를 받고 더욱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기에 이른다. 국토부과 기획재정부는 집값 폭등에 따른 여론의 분노가 커지자 청약제도 개편,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 등록임대주택 폐지 등을 담은 초강력 7ㆍ10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7월 말에는 전ㆍ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포함된 새 임대차법도 본격 시행됐다.
정부가 민간 등록임대주택을 폐지한 상황에서 임대차법까지 시행되자 안그래도 불안하던 전셋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임대차법이 임차인의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전세매물 감소는 어느정도 예상됐으나 그 정도가 정부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5ㆍ6 대책을 통해 나온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자들까지 전세시장에 머물면서 수도권에선 전셋값이 한두달 사이 억대가 오르는 이례적 현상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전셋값이 급등하자 일부 임차 수요가 주택 매수로 돌아서 집값이 반등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주로 30대 젊은층이 '패닉바잉(공황 매수)'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아파트를 다수 매입하다보니 중저가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서민주거가 더욱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불안심리를 막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 도심 내 주택공급 부지를 끌어모아 8ㆍ4 공급대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을 달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을 둘러싼 시장의 갈등은 거세졌다. 정부가 가점이 낮아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고 소득기준을 완화하자 오랜기간 분양을 기다려온 중장년층의 불만이 극대화됐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임차인과 임대인간 분쟁이 늘었고, 등록임대주택 폐지로 기대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게 된 임대사업자들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말 11ㆍ19 전세대책을 발표하고 경기 파주, 부산 등 37곳을 한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규제강화에 더욱 몰두했다. 다만 이 역시 아직까지 큰 효과를 못거두고 있다. 전세대책의 경우 내년까지 11만4000호의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게 목표지만 대부분 빌라형 공공임대주택에 한정돼 집값 안정 효과가 미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규제지역 확대 역시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결국 서울로 집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김현미 전 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은 이같은 지속된 실패에 지난해 수차례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는 중이다. 김 장관의 뒤를 이은 변창흠 장관 역시 규제 강화와 공공 주도 공급이라는 기존 정책 틀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올해도 시장과의 소통 없이 규제 일변도로만 나가면 2020년과 같은 주거불안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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