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동산] 패닉바잉·전세대란..한번도 경험 못한 시장

유인호 2020. 12. 31. 10: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키워드로 본 올 한해 부동산 시장
전세난민, 청약광풍, 반값로또 등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송파구 아파트가 관측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부동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함께 2020년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부동산 시장'이라는 게 올 한해 업계의 소회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규제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치솟는 매매가격을 잡기는 시장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을 자극했고 무리한 임대차2법 시행은 전례 없는 '전세대란'을 촉발시켰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부정 평가 1위에 부동산정책이 오르기도 했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을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올해 청약시장은 말 그대로 광풍이 불었다. 급등한 집값에 상대적으로 싼 가격, 시세차익 기대감, 공급 축소 우려 등이 작용한 결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6.97대 1로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 역시 27.38대 1로 지난해 15.34대 1 대비 크게 뛰었다.

만점(84점) 통장도 속출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 리버파크 자이',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 경기 수원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과천시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등에서 만점 통장이 등장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의 가점제 커트라인은 61점에 달하면서 4인가구 30대 가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57점)를 웃돌았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전셋값은 7월말을 전후해 급격히 치솟았다. 업계의 우려에도 정부ㆍ여당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촉발한 전세대란의 시작이었다. 자고나면 수천만원씩 뛰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나며 '전세난민'으로 전락했다. 전세 품귀현상은 월세 가격 상승, 전세의 매매수요 전환에 따른 매매가 상승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76주 연속 상승한 전셋값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울 강남구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견본주택 앞에서 청약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주요 제도적 변화 중 하나는 7월29일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다. 이는 주택 분양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한 제도다.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는 낮게는 시세의 절반 수준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분양 과정에서 당첨자의 부적격으로 시장에 나온 무순위 청약의 경우 단 1채에 30만명이 몰리는 '줍줍' 열풍이 몰아친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의 가격통제는 주요 주택사업이 멈춰세우는 부작용도 촉발했다. 분양가통제는 올해 분양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사업이 표류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다. 둔촌주공은 건립 가구수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분만 4785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재건축 사업이다. 하지만 분양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에 턱없이 못미치는 3.3㎡당 분양가(2900만원대)를 제시하면서 결국 조합원들은 분양을 무기 연기하면서 후분양까지 고민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분양가 통제가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한 셈이다.

정부의 규제는 역설적으로 초고가 아파트를 양산했다. 이 과정에서 3.3㎡당 1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20년 전이면 웬만한 서울 시내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팰리스가 3.3㎡당 1억원 아파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도 1억 클럽에 가입했다. 치솟는 강남 아파트 값은 결과적으로 비 강남권 집값까지 끌어올리면서 최근에는 '10억원'이 서울지역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의 기본 시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늘 '풍선효과'였다. 과열지역을 누르면 투기수요는 어김없이 인근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서울 규제를 강화하자 수용성(수원ㆍ용인ㆍ성남)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올들어 6ㆍ17 대책을 통해 접경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김포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는 11월19일부터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갈 곳 없는 자금은 김포 인근 파주와 부산, 창원, 천안 등 지방으로 향했다. 정부는 여지없이 지난 17일 이 지역 대부분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전국 곳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최근에는 강남으로수요가 다시 U턴하는 '역풍선효과'까지 나나타고 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