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시세 절반' 장기전세 신청 폭주
서울 대부분 경쟁률 세자릿수
왕십리 262 대 1, 반포 174 대 1
아파트 인기에 경쟁 치열
공공전세는 다세대·연립 공급
입지도 안 좋아 매력 떨어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게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shift)’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로또 전세’로 불리며 최근 550가구 모집에 1만여 명이 신청해 5년 만에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장기전세주택의 인기가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전세’ 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아파트인 데 비해 공공전세 등은 대부분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이기 때문이다.
장기전세주택 인기 폭발
29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제39차 장기전세주택의 입주자 모집 신청을 받은 결과 1순위·우선공급 총 550가구 모집에 1만1669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21.2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제38차의 평균 5.5 대 1 대비 경쟁률이 네 배가량으로 높아졌다. 2015년 제29차 모집(33.2 대 1) 후 5년 만의 최고 경쟁률이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도입했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중산층을 겨냥해 전용 59·84㎡ 위주의 중소형 아파트로 구성했다.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전용 60㎡ 이하 주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 기준을 충족하면 일반공급 1순위 자격이 된다. 전용 60~85㎡와 85㎡ 초과 주택은 각각 월평균 소득 120%, 150% 이하여야 한다. 이 외에 부동산, 자동차 등 자산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번 제39차 모집에서는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서울 성동구에 들어서는 ‘왕십리 주상복합’은 전용 38㎡ 한 가구 공급에 262명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262 대 1)을 보였다. 구로구 ‘천왕이펜하우스 4단지’와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도 각각 한 가구 모집에 181명, 174명이 지원했다. 이 밖에 △중랑구 ‘신내3지구 2단지’ 전용 84㎡ 119.5 대 1 △‘묵동리본타워’ 84㎡ 108 대 1 △금천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84㎡ 105 대 1 등을 기록했다. 총 87개 단지 중 접수 미달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 7월 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들어지자 장기전세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장기전세주택의 장점이 더 부각됐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전세보증금 18억원에 계약됐는데,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은 이 가격의 절반 이하인 7억3500만원이다.
‘아파트 전세’ 수요 몰려
경쟁이 치열해 당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전세주택은 아파트 청약과 마찬가지로 1순위에서 경쟁이 있으면 가점순으로 입주자를 선발한다. 인기 단지는 가점 37점 만점에 최소 20점대 후반은 돼야 당첨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38차 모집에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59㎡의 경우 당시 두 가구 모집에 47명이 신청했는데, 1순위 당첨 커트라인이 27점이었다. 동일 가점 내에선 미성년 자녀 수가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기전세주택의 인기가 정부가 도입 계획을 밝힌 공공전세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1·19 전세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수도권 7만 가구를 포함, 전세형 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 물량의 대부분이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돼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1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서울 지역 공공전세는 총 100가구인데 아파트는 한 가구도 없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전세주택은 강남 등 도심에 있는 아파트여서 실수요자가 대거 청약한 것”이라며 “변두리 지역의 빌라,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된 공공임대에는 이만큼 수요가 몰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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