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규제지역 땜질.. "유동성 흡수하고 지방도 공급으로 대응해야"
"정부가 또 찍어줬네요. 규제지역으로 찍어준 곳 길 건너에 비규제지역 아파트 보시면 됩니다."(아이디 ar7***)
"이번에 해제된 인천 중구, 양주는 좋겠네요. 물 들어오겠네요"(아이디 xol*****)
경기 파주와 충남 천안시 동남‧서북구, 경남 창원 성산구, 울산중·남구, 부산 9개구, 경북 포항 남구, 대구 9개 구·군 일부 지역 등이 규제 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되자,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다음 상승 주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규제로 묶이지 않은 지역 중 상승세가 이어질 곳을 점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 중에는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인천 중구와 양주로 가야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규제지역 지정과 해제를 피해가면서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은 막을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가격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 정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실수요자가 있는지, 그런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는지 여부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정지역으로 지정됐더라도 실수요자가 있는 곳은 매수세가 붙으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봤다. 부작용도 전망했다. 규제 지정을 피한 일부 지역의 집값이 풍선효과를 보면서 오르는 상황이 또 재연될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서울에 이어 이제는 지방에도 공급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17일 최근 석달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 비(非)규제지역을 추가로 규제지역에 포함시켰다. 부산 9곳(서‧동‧영도‧부산진‧금정‧북‧강서‧사상‧사하구), △대구 7곳(중‧동‧서‧남‧북‧달서구, 달성군), △광주 5곳(동·서·남·북·광산구), △울산 2곳(중·남구) 등 4개 광역시 23개 지역과 △파주, △천안2곳(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2곳(완산‧덕진구), △창원(성산구), △포항(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 11개시 13개 지역 등 총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이에 따라 18일 기준 투기과열지구는 총 49곳, 조정대상지역은 111곳이 됐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파주와 천안 서북구, 창원 의창구과 성산구, 울산 남구 등의 아파트값은 지난 8월 말부터 3개월간 지역별로 4.18%~8.67% 올라 시장에서도 조정대상지역 지정 가능성이 일찍이 거론돼왔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려면 최근 3개월간 해당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 핀셋규제 학습효과 생긴 시장…"풍선효과 불보듯"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 소식에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날 비규제 지역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특정 지역을 타깃하는 핀셋규제를 시행하면 이후 규제 밖 접경지역의 집값이 올랐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탓이다.
당장 충청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천안이 규제지역에 포함되면 인근 아산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6·17 대책에서 규제 지역에서 빠진 천안·아산 지역은 이미 한 차례 풍선효과에 따른 집값 상승을 경험한 적이 있는 곳이다. 이번엔 그 중 천안만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아산이 들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천안 불당동 인근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뉴스를 지켜볼 것도 없다. ‘조정해서 팔고 아산으로 갈게요’라고 전화가 오면 천안은 규제지역, 아산은 비규제지역으로 된 거고, ‘매물 보류할게요’면 이번 규제에서 빗겨간 것"이라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올해 세종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천안 지역 집값도 뒤따라 올랐는데, 천안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투자 수요가 인접한 아산 탕정지구 쪽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 울산 남구 주변 비규제 지역으로도 주택 수요가 유입, 분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산과 창원은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국면인 데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실거주 수요들이 내 집 마련에 계속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울산은 올해와 내년 입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규제 지역에 선정되더라도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에선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이 집값 상승으로 들끓을 때 창원 집값은 오르질 않아 자산 격차가 벌어졌는데, 이제 조금 올랐다고 규제로 발을 묶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2017년 창원의 아파트 값은 전년 대비 9.27% 하락했다. 2018년엔 10.5%, 작년엔 5.68% 떨어졌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다주택자 취득세 및 양도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등 세제가 강화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 9억원 이하 50%·초과분 30% 적용, 주택구매 시 실거주 목적 제외한 주담대 원칙적 금지 등 금융규제와 청약 규제 등도 강화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 및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정비사업 규제가 한층 강화한다. 금융규제도 주택담보대출비율 9억이하 40%·초과분 20%가 적용되고, 주택 구입 시 실거주 목적 외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며 청약 규제도 강화된다.
◇ "파주는 타격 받을 수도… 일부 지방도 공급 필요"
물론 일부 지역은 규제 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파주다. 실수요보다는 외지인 투자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공급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규제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파주의 주택 가격은 0.78%, 아파트 가격은 4.56% 상승했다. 매수자는 서울 거주자가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거주자는 지난 9월에 파주 아파트를 181건 매입했는데, 9월엔 206건, 10월엔 617건으로 거래가 늘었다.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거주자들의 파주 아파트 매입 건수도 늘었다. 8월엔 95건, 9월엔 138건, 10월엔 216건을 기록했다.
앞으로 공급 물량도 많은 편이다. 올해 입주 물량은 5826가구였는데 내년엔 올해와 비슷한 5534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파주의 경우 김포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수도권 내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가 유입되는 데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먼저 생각해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계속 들어오는 만큼 유동성을 흡수할 대안을 찾고, 공급이 부족해 집값을 잡기 어려워보이는 곳에는 공급을 늘릴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대학원 교수는 "지금 지방 곳곳의 집값이 오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이라면서 "시중에 풍부한 부동자금을 분산시킬 만한 투자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쥐를 잡는 데에는 사자보단 고양이가 적합하듯이 집값을 잡으려면 규제보단 공급이 맞는다"면서 "지방에 공급 정책을 펴면 결국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했다. 그는 이어 "공급을 늘린 곳에 투기수요가 들어가 있다면 발이 묶이고 큰 차익을 못내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창원 의창구 투기과열지구·부산 서구 등 36곳 조정대상지역 지정
- 1회 주유로 1000㎞ 달린다…폭스바겐 신형 골프로 韓 공략
- [Why] 위고비 제조사, ‘비만 치료제 패권’ 놓친 이유는
- 삼성, 역성장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서도 1위 수성
- ‘클릭 한번에 150억원’ 비트코인 최고가 경신에... 암호화폐 부자 노린 강력범죄 급증
- ‘2조4000억’ 압구정 첫 수주전…삼성물산 “단지 이름은 조합원 뜻 따를 것”
- ‘외국인 집주인’ 10만가구 넘었다…절반 이상은 중국인
- 연간 영업익 1000억 노리는 당근, 최종 목표는 몸값 10조에 상장
- 선관위 “회송용 봉투에 이재명 기표용지 신고, 자작극 의심…수사 의뢰”
- 美당국자 “주한미군 감축 배제안해…中 억제에 최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