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 50만호 날리고, 혈세 들여 공공전세..서울시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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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뒀으면 민간에서 정상적으로 공급할 전월세 물량 50만호를 헤집고, 뒤늦게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공공전세를 만드는 게 정상적인가"
정부가 7·10 대책에서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손질한 후폭풍이 거세다. 4년 단기임대 및 아파트 임대주택 등록을 자동 말소하면서 특히 서민층이 거주하는 다가구, 다세대 등 비아파트 전세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별 등록임대주택 비중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서울에서만 약 14만채,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약 27만~28만채 규모의 민간 등록임대주택 자동 말소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등록임대주택의 약 70%가 다가구, 빌라 등 비아파트 유형으로 파악한다. 수도권에서 연말까지 적어도 18만채의 비아파트 주택이 자동 말소된다는 얘기다.
이 물량은 대부분 다주택자들이 보유 중이다. 등기부등본상 1채이나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세를 들어 사는 다가구주택, 연립이나 빌라처럼 한 건물에 여러 채로 구분 등기된 구조인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원룸 등이 대표 유형이다.
이런 임대주택들은 새 아파트 청약당첨을 기대하는 무주택 서민들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는 등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한 순기능이 컸다. 이에 정부도 2017년 말 각종 세제혜택을 통해 민간 등록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서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준 제도가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각종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7.10 대책에서 등록 임대사업자에 줬던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과 10월 서울 시내 다세대, 연립주택 매매량은 각각 4877건, 5165건으로 아파트 매매량(9월 4795건, 10월 4320건)을 2개월 연속 웃돌았다. 보통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비아파트보다 50~60% 이상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월세 소득으로 노후를 구상한 50~60대 집주인들은 이번 정책에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 정책을 믿고 2017년 서울 시내에 한 다가구 건물을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는 정모씨는 "노후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고, 아파트 살 돈은 없어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서 세를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책을 바뀌면서 모든 계획이 뒤틀렸다"고 토로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만약 임대사업자 혜택을 유지했다면 정부가 11.19 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주택 공급물량보다 훨씬 많은 민간임대 물량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전세난이 이렇게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가구와 빌라를 사들여서 이를 공공전세로 공급한다는 건 예산낭비"라고 했다.
서울시도 이번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의 경우 투기 방지를 위해 임대사업자 혜택을 환수하는 게 적절했지만, 서민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전월세를 공급해 온 비아파트는 예외로 했더라면 전세난이 지금처럼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별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세난 대책으로 기존 임대사업자 혜택을 복원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 수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2법 안착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과 몇달 전에 추진한 정책을 또 다시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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