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1.4억, 파주 -1천만..전세난이 쏘아올린 '갭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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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전셋값이 몇 개월 새 1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투자금이 대폭 줄었다"면서 "당분간 전세를 놓다가 자금이 모이면 입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값과의 격차가 축소되자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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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맷값과 격차 줄어 갭투자 용이해져
"집주인 매물 사들이고 곧바로 전세 계약하는 방식"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 광진구의 사택에 거주하는 30대 무주택자 A씨는 최근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를 4억9000만원에 매수한 뒤 곧바로 3억5000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A씨는 "전셋값이 몇 개월 새 1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투자금이 대폭 줄었다"면서 "당분간 전세를 놓다가 자금이 모이면 입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30대 B씨 역시 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대문구의 한 연립을 2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전세대란에 연립 전셋값까지 뛰면서 그가 매입에 든 투자비는 7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청약 당첨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 통장을 해지한 돈에 부모님 자금을 보태 연립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다시 고개 드는 갭투자…수도권 전셋값 급등에 매맷값과 갭 대폭 줄어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값과의 격차가 축소되자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갭투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치솟는 전셋값에 따른 주거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내집마련 길이 막힌 2030세대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과 경기도 일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매매가 오름세가 주춤하는 사이 전셋값이 3개월 만에 5000만원 넘게 오르는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갭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대부분 매수와 동시에 세를 놓은 방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극심해지자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갭투자 막으려고 규제 강화했지만 임대차2법에 무력화…"갭투자 부추기는 꼴"일각에서는 대출 규제로 갭투자를 막으려던 정부 정책이 임대차 2법으로 무력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갭투자는 지난 6ㆍ17 부동산 대책으로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한풀 꺾였었다. 하지만 임대차 2법 시행으로 다시 매매-전세가 격차가 줄면서 오히려 갭투자에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포ㆍ파주 등 경기도 일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포 장기동 B공인 관계자는 "김포는 개발호재가 많은 데다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1억~2억원 정도로 매수 가능한 매물 문의가 많다"면서 "상당수가 자금 여력이 적은 젊은 층들"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값을 넘어서 실투자비가 '마이너스'인 갭 거래 사례도 나타났다. 파주시 다율동 청석마을 동문굿모닝힐 84㎡(전용면적)의 경우 최근 2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 물건은 8월 2억2000만원에 매매됐었다.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1000만원 비싼 셈이다. 이 아파트 전셋값은 5개월 전만 해도 1억8000만원 선이었다. 수원 영통구 영통동 태영 84㎡ 아파트를 지난달 4억9000만원에 거래한 매수자 역시 최근 이 물건을 4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에서도 노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전세가 격차가 1억원 미만 단지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3억6000만원에 손바뀜된 구로구 개봉동 거성푸르뫼 59㎡는 최근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은평구 응암푸르지오의 경우 지난달 매매값이 7억원, 전셋값이 6억3000만원으로 갭이 7000만원인 매물이 나왔다.
전세-매매가 격차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53.3%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전세가율)은 9월 53.6%, 10월 54.2%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7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도 전세가율도 70.7%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가와 매매값의 차이가 계속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 입주물량이 반토막 나는 데다 임대차 2법으로 기존 전세 물량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짧아도 내년까지는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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