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명 몰린 과천 청약, 대체 누가 당첨됐을까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낮은 분양가로 최근 화제를 모았던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청약에 당첨되려면 가점(加點)이 최소 69점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 자녀 둘을 둔 사람이 만 30세부터 15년간 무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15년 이상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애초에 이렇게 문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이 아파트 458가구 모집에 19만명 넘게 몰렸다.
과천뿐 아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사이에선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예사다. 주택 공급을 옥죄는 규제로 새 아파트가 귀해진 데다 분양가까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통제되면서 사람들이 청약 시장에 몰려드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내 집 마련’에 나선 사람도 있지만 ‘인생 역전’을 꿈꾸며 청약에 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담처럼 시작된 ‘로또 청약’이란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만든 청약 시장이 본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생 역전' 로또가 돼버린 청약
1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84㎡E타입 지원자 중 만점(84점) 통장이 나왔다. 경기도에서 만점 통장이 나온 건 지난 2월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SK뷰’ 이후 9개월 만이다. 같은 면적 최저 당첨 가점은 69점이었다. 69점은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다.
최근 수도권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이나 높은 가점 커트라인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소규모 단지임에도 서울 최고 기록인 53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점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상대적으로 청약 열기가 덜하던 경기 남양주의 ‘별내자이더스타’도 200대1이 넘는 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 64점을 기록했다.
이렇게 청약 열기가 뜨거운 것은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공공택지인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84㎡의 분양가가 8억원이 안 된다.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하다. 7월 말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대부분 이렇게 시세와 분양가의 격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반이 청약 당첨 기대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81만2857명에 달한다. 인구(약 5178만명)의 절반 이상이며, 전체 가구 수(2034만 가구)보다 많다. 국내 자가 주택 보유 비율이 61%이니 청약통장 가입자 중 유주택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 집 마련이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도 청약 당첨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 들어 이달 5일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대1로 지난해(31.6대1)의 배(倍) 이상으로 치열해졌다. 경기·인천 역시 지난해 10.4대1에서 올해 31.4대1로 경쟁률이 높아졌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아파트 공급은 줄어드는데 정부가 신혼부부 소득요건 완화 등 청약 시장 문턱은 낮추고 있어 앞으로도 기록적인 경쟁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청약 광풍이 서민 주거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분양가를 낮게 통제할수록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당첨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논리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적정 가격에 분양해도 충분히 잘 팔릴 재화의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공공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극소수에게 몰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사회 전체적인 형평성이나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이 공급됨으로써 주변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명분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택 공급이 많아야 가능한 논리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 여파로 올 상반기부터 분양을 준비하던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대단지 분양이 계속 밀리고 있다. 이들 단지가 분양되더라도 최근 재건축 규제 여파로 앞으로 한동안 ‘공급 절벽’이 예상된다.
결국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규제만 고집하다가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나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 상반기 청약을 포기한 30대들의 패닉 바잉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전세 시장 역시 청약 대기 수요에 주택임대차법 개정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은 급등해 ‘대란’이 벌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인위적인 분양가 규제보다는 민간의 주택 공급 생태계가 정상화되도록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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