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부동산톡] "10년 공공임대, 임대주택 될 수 없어"

김노향 기자 2020. 10.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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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시행착오 반복하는 정부, 10년 후엔?
서울시는 정부와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각층의 연면적비율)을 높이고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하되 이렇게 지은 아파트의 절반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기여하도록 했다. 올해 안에 사업지를 정한다. /사진=김은옥 디자인기자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의무임대기간 10년이 끝나면 민간임대사업자가 임대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10년 동안 살던 5만6000명의 청년은 다시 집을 찾아 쫓겨나지 않을까요?”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구갑)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10년 후 민간사업자의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다. 10년 후 부지의 10∼30%는 기존 청년임대주택으로 공공기여하지만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새로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다.
8월4일 서울시가 발표한 11만가구 공급대책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판교신도시 ‘분양전환 공공임대’ 사태를 보면 5년이나 10년 임대 후 분양가가 폭등해 이를 감당 못한 세입자들이 내쫓기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20년이나 30년 장기임대를 해 민간매각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왜 다시 10년입니까?”



시세차익 줄였다고 안 팔까?


서울시는 정부와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각층의 연면적비율)을 높이고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하되 이렇게 지은 아파트의 절반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기여하도록 했다. 올해 안에 사업지를 정한다.

서울은 인구밀도가 미국 뉴욕의 8배로 고밀개발의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왔다. 하지만 아파트 층수를 높일 경우 인구 집중화를 부추기고 집값을 상승시키며 민간에 과도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는 논란이 커 ‘50% 공공임대’ 제공이라는 대안이 마련됐다.

문제는 공공임대의 임대기간이 20년·30년 아닌 10년으로 끝날 경우 과거 분양전환 임대주택의 분양가 폭등 사태를 다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지분적립형 분양 구조여서 시세차익이 기존 공공분양 방식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분양가의 20~40%만 내고 20년이나 30년 동안 잔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입주 전 분양대금을 전부 내야 하는 기존 분양 대비 초기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시세차익도 정부와 공유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공급되는 공공임대는 2028년까지 1만7000가구.

김 본부장은 “민간이 50% 공공이 50%로 지분을 나눠 갖고 매각해도 이익을 절반씩 공유해야 하므로 전매제한이 끝난 11년째 매각 유인이 낮아진다. 시세차익을 정부와 나눠 반만 가질 것이냐 10년을 더 기다려 수익을 높일 것이냐 선택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현정부 분양전환 의존율 30%


판교 분양전환 사태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소송을 벌이던 주민 A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싼값에 아파트를 꿀꺽하려는 도둑놈 심보라고 손가락질하고 10년 후 아파트값이 오를 것을 몰랐느냐고 한다”며 “10년 후 일산이 오를지 판교가 오를지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나. 차라리 집값이 안 올라도 좋으니 아이들을 전학시키지 않고 직장 옮기지 않고 살던 동네에 계속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10년 공공임대가 갖는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재정 투입 부담을 이유로 분양전환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부동산 폭등의 원인이 됐던 상황을 반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부와 시 재정을 투입해 20년·30년 장기임대를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공임대가 점차 분양전환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은 공기업의 부채 문제와도 연관된다는 지적. 장기임대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공공부채를 늘린다는 이유다. 시 재정을 투입한 장기임대 방식을 배제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회계기준에 따라 부채가 늘어나게 돼 공채를 발행할 수 없는 재정난 문제가 있다”며 “회계상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의 정의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공공임대 중에 30% 이상이 분양전환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분양전환은 사실상 공공임대라고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간임대 4년 여전히 짧아”


공공임대의 만성적인 부족 문제로 민간임대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학령기 자녀의 졸업이나 독립 시기를 고려해 임대차 계약기간의 추가 연장 법안을 발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상정 의원(정의당·경기 고양갑)은 전세 계약기간을 최대 9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하며 “자녀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이주나 전학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갑)은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이나 임대료 연체 사유가 아니면 임대차 계약기간 자체를 없애는 이른바 ‘무기한 임대차법’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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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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