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對 집주인 분쟁 부추기는 정부.. 전셋값만 더 올린다

정순우 기자 2020. 9.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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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실거주자에게도 집을 팔지 못하게 막으면 집주인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이죠.”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법 시행 후 집주인들의 하소연이 늘어나고 있다. 4년 간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전세를 주느니 차라리 집을 팔기로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조차 예상치 못한 난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뀐 임대차법하에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본인이 거주하는 것이었다. 지방에 살거나 집이 여러 채여서 거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실거주 의향이 있는 매수자에게 집을 파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기존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이 주택 신규 매수자의 실거주권보다 우선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면서 집을 팔려던 사람들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논란이 커지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신규 매수자의 실거주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안을 18일 발의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들을 두고 “집값·전셋값은 못 잡고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집주인 규제, 세입자 보호’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깔린 탓에 집주인은 자산 규모가 적어도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세입자는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우대받고 보호받는 역차별이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세 17억~18억원 정도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4평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내년에 부동산 보유세로 약 45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40억원짜리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에 전세 사는 사람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 없다.

청약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등 수도권 인기 지역은 대부분 투기과열지구여서 아무리 작고 상대적으로 싼 집을 가지고 있어도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대로 청약 요건에 자산이나 소득 규정은 없기 때문에 아무리 고소득 부자라도 집만 없다면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씩 저렴한 ‘로또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이 사람들을 전세 거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인천 계양구 동양동의 30대 맞벌이 직장인 이모(34)씨는 3년 전 1억3000만원에 산 빌라를 최근 1억2000만원에 급매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사람들이 다들 전세만 구한다”면서 “나도 무주택자가 돼야 몇 년 후 청약에 도전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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