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누더기 정책에 '양포세'·'임포자' 양산

2020. 9. 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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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양도소득세법을 뜯어고치면서 일선 세무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복잡해진 양도세의 세무 대리 업무를 수임하지 않으려는 세무사들이 늘면서 '양포세(양도세 포기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통 수십만원의 수임료에 비해 취득 시기 혼동 등 판단 실수에 따른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일선 세무사들이 양도세 관련 업무를 꺼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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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양도세..다주택자 여부, 취득 시점 등에 따라 수억원 차이
수십만원 수임료 비해 리스크 커져..가산세 물어줄 위험도
아파트와 달리 원룸·빌라 임대사업자는 자진말소 불가능
보증보험 의무·감정평가 비용으로 수익성 악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양도소득세법을 뜯어고치면서 일선 세무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양도소득세법을 뜯어고치면서 일선 세무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복잡해진 양도세의 세무 대리 업무를 수임하지 않으려는 세무사들이 늘면서 ‘양포세(양도세 포기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임대사업제도를 두고 장려와 폐지를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혼선으로 아예 임대사업으로 포기하고자 하는 ‘임포자(임대사업 포기 사업자)’도 양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헤럴드경제DB]
복잡해진 세법에 양도세 의뢰 거절 빈번해져

서울과 대전 등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여러 채 소유한 A씨의 경우 최근 3명의 세무사로부터 양도세 신고 의뢰를 거절당했다. A씨는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부동산 전문 세무사를 소개받아 계산을 의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누더기 정책으로 양도세는 규제지역, 보유 수, 취득 시점, 거주 현황 여부 등에 따라 규모가 수억원까지 달라지고, 공제 항목도 많아 산출 자체가 어려워졌다.

2018년 9‧13 대책부터는 취득 시점이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됐다. 9‧13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기존 주택을 보유한 채 새 주택을 산 ‘일시적 2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됐다. 2년 이내 기존 주택을 팔아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12‧17 대책에서는 신규 주택 취득 후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통 수십만원의 수임료에 비해 취득 시기 혼동 등 판단 실수에 따른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일선 세무사들이 양도세 관련 업무를 꺼린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세무사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세법이 바뀌면서 부동산 취득 시점이 정책 발표 이전인지 이후인지, 어디서 취득했는지 등이 중요해졌다”면서 “수임료에 비해 업무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단독 건의 경우 의뢰를 거절하고 부동산 전문 세무사를 소개시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세무업계는 세법이 복잡해져서 세무사들이 상담을 기피하면 결국 실수요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원 NH농협은행 수석세무전문위원은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변경된 내용을 전부 파악하기 어려워졌고, 잘못 신고한 것에 따른 가산세도 세무사가 책임져야 하는 등 위험 부담이 커졌다”면서 “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
자진말소 기회 달라는 원룸·빌라 임포자

7·10 대책에 따라 지난달 18일부터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 일반 매입임대(8년)는 폐지됐다. 그나마 유지된 8년 장기 다세대·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료 부담이 생겼다.

다세대·다가구 임대사업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여러 채를 임대하는 경우에는 보험료가 연간 수백만원 수준까지 늘어나 근로소득이 없는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또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한 채당 수십만원을 내고 감정평가도 따로 받아야 한다.

한 노후 빌라 임대사업자는 “임대료는 적은데 보증보험료를 지출하고 감정평가 비용도 내야 하면 사실상 월세 중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임대 기간을 채우지 않고 집을 처분해 사업을 포기할 경우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룸·빌라 임대사업자들은 아파트처럼 자진 말소 등의 기회를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자진 말소에 아파트만 허용하는 불공정을 해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달 10일 기준 125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동일한 목적으로 주택임대사업자를 신청했지만 아파트만 자진 말소를 허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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