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전문가들은.."패닉바잉 진정" vs "전세난 더 심화"

국종환 기자 2020. 9. 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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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으로 3040 주택수요 분양시장으로 이동
청약대기수요 늘면서 전세 매물감소 심화할 수도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3기 신도시 포함 사전청약 실시로 인해 주택시장이 일부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동안 공급 부족 불안감에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사들였던 30대 '영끌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을 진정시키면서, 서울에 쏠렸던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8일 8·4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내년 7월부터 2년간 수도권에서 6만가구의 새 아파트를 사전청약으로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인 7~8월 인천계양 신도시를 시작으로 9~10월 남양주왕숙 신도시, 11~12월 고양창릉·부천대장 신도시, 과천지구 등 3만가구의 사전청약을 순차 진행한다. 나머지 3만가구는 2021년 상반기 공급한다.

국토교통부는 사전청약을 포함해 3기 신도시, 주거복지로드맵 포함지구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오는 2022년까지 총 37만가구를 집중적으로 공급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아파트 재고(539만가구)의 7%에 달하는 물량이다. 37만가구 중 임대주택(13만가구)을 제외한 분양물량은 24만가구(사전청약 6만가구, 본 청약 18만가구)에 달한다.

◇"3040세대 내 집 마련 좋은 기회…주택수요, 분양시장으로 이동"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계획을 구체화하고 시기를 앞당긴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택 부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1~2년 앞당겨 청약하는 것으로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목적이 강하다"며 "사전청약 당첨자를 중심으로 '조기 내 집 보유 효과'가 나타나 주택시장 안정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약가점이 낮은 30대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주택 부족 불안감에 '패닉바잉'에 나서고 있는데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신혼희망타운에서 분양물량이 예정돼 있어 분양시장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박 의원은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막연했던 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나왔기 때문에 매매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며 "사전 청약과 공공택지 분양을 위해 수도권 주택마련 수요의 상당수가 대기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기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에 분양이 예고되면서 서울에 쏠렸던 주택 수요가 주변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 패닉바잉의 주 수요층이던 3040세대가 특별공급 자격을 활용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입지도 좋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거 선호와 택지구득난, 정비사업 정체로 시달리는 서울의 주택 수요 및 쏠림현상을 경기권으로 일부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홈페이지 개설(8월6일) 이후 현재까지 65만명이 방문했고, 12만명 이상이 '청약일정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30대 38%, 40대 31%로 3040세대의 관심이 높았고, 신청 이유로 95%가 본인 거주 목적을 꼽았다. 거주지역 기준으로는 경기도가 58%로 가장 많았으나, 서울지역 거주자도 전체의 31%에 달해 주택 수요 분산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청약 대기수요 전세에 머물러 전세 부족 더 심화할 수도"

반면 사전 청약을 하더라도 입주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이번 공급 물량은 향후 5~6년 후의 입주 물량이기 때문에 당장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번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8·4 공급대책의 핵심입지인 정부 과천청사 유휴부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등이 빠진 것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 대상지 중 과천 유휴지와 같이 시장에서 알짜로 평가하는 지역이 빠졌다"며 "첫 사전청약이라 공급계획에 차질이 없는 쉬운 지역을 중심으로 기획되면서 도심공급에 대한 의미가 퇴색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계획으로 주택 매매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진정되겠으나, 청약 대기수요가 전세 시장에 장기간 머물면서 임대차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랩장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사전청약 일정을 미리 알림에 따라 기존 주택시장에 몰렸던 수요를 조절하는 효과를 기대할만하지만, 3기 신도시 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의 꾸준한 오름세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도 "사전청약은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아 그때까지 임차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세 시장의 매물감소 문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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