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연립으로, 서울서 외곽으로..밀려나는 전세난민

이승주 기자 2020. 8.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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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을 뼈대로 하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는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이젠 빌라, 오피스텔 전셋값까지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대부분 단지는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셋값 상승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9년 만에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성사된 아파트 전세계약은 6034건으로, 지난 2월(1만3661건)의 4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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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등 경실련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시 집값 상승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의 강모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반발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임대·임차인간 분쟁 현실화

전월세 상한제로 외려 손해

계약갱신 대신 집주인 입주

이사하려해도 전세매물없어

아파트 전세거래 9년來 최소

다세대·빌라 전셋값도 급등세

지난달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을 뼈대로 하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는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이젠 빌라, 오피스텔 전셋값까지 치솟고 있다. 정책의 부작용이 야기한 전형적인 풍선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이 9년 만에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한 데서 알 수 있듯 가을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본격 가시화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은 패닉 상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가 자신이 ‘정책의 피해자’라며 아우성이다. 당장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전세 재계약을 해줘야 하는 집주인들은 주변 전셋값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주느니 무리를 해서라도 본인이 입주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본인 거주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절당한 세입자들은 새집을 구하고 싶어도 전세 품귀 현상으로 인해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3일 부동산 커뮤니티 및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임대인들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자신들의 세(稅) 부담은 늘어났는데도 전월세상한제로 시세만큼 전셋값을 올려받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2년 전 5억 원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H아파트 소유주 진모 씨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자가 거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세입자를 구할 당시만 해도 임차인 우위 시장이었던 데다 직장에서 지방 근무 발령을 받으면서 급히 세입자를 구해야 해 시세보다 싼 가격에 세입자를 뒀는데, 법 개정으로 사실상 시세를 반영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진 씨는 “전세 시세는 10억 원까지 올랐는데, 법대로라면 전세금을 3000만 원 안팎으로밖에 올릴 수가 없다”며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등 늘어난 세 부담을 고려하면 전세를 주는 것보다 아내와 자녀들을 서울로 보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집주인들의 급작스러운 재계약 거절 통보로 집에서 쫓겨날 처지다. 결혼 후 신혼집으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P아파트에 전세살이 중인 백모 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1억5000만 원 이상 올려주지 못할 거면 집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백 씨는 “계약갱신청구권 얘기를 꺼냈는데 집주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도 전세살이 중인데 현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만큼 올릴 수밖에 없다. 못 올려주면 직접 입주하겠다’고 하더라”며 “부랴부랴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에 전세를 알아본다고 연락했는데,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대부분 단지는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새 아파트의 경우 시세 대비 비싸게 나온 물건들도 빠르게 매물이 소진되고 있고, 구축 아파트도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 올라 5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9년 만에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성사된 아파트 전세계약은 6034건으로, 지난 2월(1만3661건)의 46% 수준이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 열기는 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전셋값으로 옮아붙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서울 빌라 가구당 평균 전세 실거래가는 전년 말 대비 7.4% 급등해 2017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거주용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같은 기간 서울의 오피스텔 실당 전세 실거래가 상승률(4.1%)도 최근 3년 새 최고 폭으로 급등했다.

이승주·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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