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전세 2년법'땐 가격 30% 급등.. 이대론 2년뒤 더 큰 충격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전격 도입·시행함으로써 기존 세입자는 2~4년간 전세금 폭등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제도 시행 후인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5% 이내 인상된 금액으로 재계약한 임차인은 재계약 기간이 끝나는 2년 후까지, 최근 전·월세 계약을 해 계약 기간이 거의 2년 남은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까지 감안하면 4년까지 안정된 주거가 확보됐다. 그러나 새로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은 제도 시행 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전·월세 부담에 그대로 노출됐지만 아무런 보호 대책이 없다. 기존 임차인들도 2~4년 후엔 전·월세금을 시세만큼 대폭 올려주거나 아예 쫓겨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①2~4년 뒤 전셋값 추가 폭등, ②전세의 월세화 가속, ③여전한 공급 부족, ④'5% 룰' 때문에 지방 전·월세 시장까지 들썩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2중 가격제'
1989년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되자, 전셋값이 급등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989년과 1990년 전국 평균 전세금은 17.5%와 16.7%씩 뛰었다. 전세금이 한 달 전보다 30% 가까이 급등한 때도 있다.
이번 전·월세 대책에도 시장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의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전체 가구 수의 0.2%에도 못 미칠 만큼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재계약 때 전·월세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갖지 못한 신규 임차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989~90년에는 전세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면서 전세금 상승분이 시장에 다 반영됐지만, 지금은 기존 계약자는 보호받고, 신규 계약자만 충격을 받는 사실상의 '2중 가격제'가 만들어졌다"며 "정부가 2년은 억누르지만, 결국 잠재된 충격이 폭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 난망, 지방 전세도 '들썩'
공급이 어느 정도 늘어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서울의 주택 공급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 연구팀은 서울 적정 주택 공급량을 연평균 12만956가구로 추정했다. 서울의 인구 및 가구(家口) 구조 변화, 정비 사업에 따른 멸실 물량 등을 감안해 적정 공급량을 계산했다. 아파트, 단독·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 모든 유형의 주택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아파트만 분석하는 다른 통계보다는 물량이 많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의 연평균 주택 공급(준공 기준)은 7만7920가구로, 적정 공급량 대비 4만3036가구(35.6%)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서울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던 정부 주장과 배치된다. 앞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줄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에 서울에서 2만3000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세 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화된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 등) 인·허가 물량은 2017년 7만4984가구에서 지난해 3만6220가구로 급감했다. 인·허가 이후 실제 입주까지 3~4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입주 물량이 단기간 대폭 증가할 가능성은 적다.
장기간 안정적이었던 지방 전셋값까지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인상률 5% 가이드라인을 줬으니, 2년마다 꼬박꼬박 5%씩 인상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세가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 '면접'을 보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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