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 폭 절반 꺾일 것" 전망..집값 안정 선순환 이어지나
[경향신문]
전세 기본계약기간을 4년(2년+2년)으로 늘리고 재계약 시 전·월세 보증금 인상을 기존 금액의 5% 이내로 제한(전·월세상한제)하는 임대차보호법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세입자 보호 목적으로 1981년 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고, 1989년 1년이던 계약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이래 30여년 만에 추가 대책이 나온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치솟는 집값 안정에도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전세가격 인상 ‘억제효과’ 주목
‘2+2’년 후 새 세입자와 계약 때
임대료 대폭 올릴 가능성 우려
폭증 시 표준임대료도 논의될 듯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1개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5322만원(13%)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중위 전세가격은 4억807만원이었지만 올 6월 중위 전세가격은 4억6129만원으로 집계됐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인은 한 임차인과 4년간 임대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첫 2년의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2년의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인상폭은 기존 임대료의 5% 이내 범위로 제한된다. 특별시·광역시 등은 조례로 제한 범위를 더 낮출 수도 있다.
지난 2년간의 중위 전세가격 상승률은 13%, 현 정부 출범 직전 박근혜 정부의 2년간 전세가격 상승률은 39%에 달했다. 법 개정으로 신설된 임대료 인상 상한선이 ‘5% 이내’임을 감안하면 전세가격 인상을 절반 이하로 억제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가격 상승폭이 가파른 지역일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대표적으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용 77.5㎡ 아파트 기준으로 강남구의 전세가격은 1억4465만원(24.3%), 서초구는 1억964만원(19.2%), 송파구는 6538만원(14.8%) 각각 올랐다. 산술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3~5배가량 전세가격 인상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상률 억제를 통해 집값 안정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이 보통 추가로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 이외에 쓰는 자금 조달 출처가 바로 전세가격 인상”이라며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돼 전세가격 인상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한 세입자와 4년간의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땐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임대인들이 전·월세상한제에 따른 반발·보상심리로 4년마다 임대료를 크게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3법을 개정할 때 지자체별로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업계에서는 일단 개정된 임대차3법을 시행하되, 향후 임대료 폭증 현상 등이 나타날 경우 추가로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경기도 ‘기본주택’에 관심
이재명 지사 추진 ‘경기 기본주택’
‘무주택 누구나’ 30년 이상 월세
3기 신도시 내 공급 물량 주목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자 일각에선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택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지는 꽤 오래됐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임차가구 중 전세 및 월세 비율’은 지난해 60.3%(월세) 대 39.7%(전세)로 집계됐다. 전·월세 10가구 중 6가구가 이미 월세란 뜻이다. 월세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꾸준히 상승해 2016년 60.5%까지 오른 뒤 수년째 60%대를 유지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월세 비율이 훨씬 높고 장기적으로도 전세가 점점 없어질 것이라는 게 주택 시장의 공통적인 견해”라며 “임대차법 개정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일부 가속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함께 임대 시장에서 주목받는 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제시한 ‘기본주택’이다. 기본주택은 공공임대라는 점에서 기존 임대주택과 개념은 같지만 운영 면에서 여러 차이점을 지닌다. 우선 공공임대의 경우 입주자격 등에 제한을 두지만 기본주택은 소득 수준 등과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또 전세가 아닌 월세형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장기전세인 ‘시프트’와도 다르다. 임대의 개념을 모든 무주택자로 확대하고, 임대차 시장의 추세에 맞게 전세가 아닌 월세를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다. 기본주택의 성패에 따라 공공임대가 보다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지도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가 제시한 기본주택의 첫 입지는 3기 신도시다. 예상 임대료는 전용 84㎡(5인 가구) 아파트가 월 63만4000원, 59㎡(3인 가구) 아파트가 월 48만5000원이다. 보증금으로는 1~2인 가구가 월세의 50배, 3~5인 가구가 월세의 100배가량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3~5인 가구의 보증금은 4850만~6340만원이다. 거주기한은 30년 이상으로 설정됐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의 공급 물량 중 절반을 기본주택으로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 중이다. 3기 신도시가 현재 18만~20만가구가량 공급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만가구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임대보다는 무주택자에 대한 공급 확대 측면에서 3기 신도시를 구상해온 정부 방침과는 다소 배치돼 향후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기본주택 물량의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기본주택의 경우 월세 개념이라 서울시의 시프트보다는 재정적 부담이 덜하긴 해도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당장 무주택자의 임대주택 입주가 가능하도록 관련법도 손봐야 한다. 재정 조달을 위해 저리로 공적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하고, 운영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이 참여하는 전용 리츠 등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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