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문원역이 '김수현네驛' 불리는 까닭

과천/박상현 기자 2020. 7. 3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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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 그의 집앞에 전철역 생기고 재건축까지..

김수현 전(前)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정부와 과천시가 김 전 실장 소유의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는 전철 노선을 신설하고 단지 바로 앞에 전철역사(驛舍)를 짓기로 결정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정부의 광역 교통 대책을 보고받고 조율·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의 아파트는 최근 3년 사이 10억여원 올랐는데, 이른바 '역세권 효과'로 "최소 2억원은 더 오를 것"이라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예측한다.

29일 온라인에서는 경기 과천시 별양동 일대 전철 노선도를 담은 지도 게시물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했다. 지도 위의 한 아파트 단지는 '김수현네 집'으로, 그 앞 지하철역은 '김수현네 역'으로 각각 표기됐다. 두 장소는 맞닿아 있다. 게시물은 여러 버전으로 재가공·공유됐는데, 김 전 실장이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을 첨부한 경우도 있었다.

/조선일보

게시물 내용은 사실이었다. 지도상 전철 노선은 '위례-과천선 연장 노선'이고, '김수현네 집'은 실제로 김 전 실장이 보유한 과천주공6단지 아파트이다. '김수현네 역'의 실제 명칭은 문원역이다. 문원동 B부동산 대표는 "그동안 6단지는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멀어 역세권 단지보다 가격이 쌌다"며 "단지 앞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면 옛 27평형 기준 2억원 이상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옛 27평'은 김 전 실장 아파트 면적(83㎡)이다.

원래 위례-과천선은 위례신도시 복정역에서 출발해 과천시 경마공원에서 끝나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의왕·과천 지역구의 신창현 국회의원이 2019년 6월, 과천시가 해당 노선의 과천 지역 시·종점을 '경마공원역'에서 '정부과천청사역'으로 연장하고, 두 역 사이에 문원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실장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신 의원이 이 사실을 공개하기 5일 전 정책실장직에서 물러났다. 노선 연장과 문원역 신설을 김 실장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위례-과천선 사업은 2008년 '송파~과천 간 급행간선철도'라는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이후 10년 넘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부 시행 사업'으로 지정돼 본 궤도에 오른 것이 2018년 8월. 이때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었고,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로 불리며 주택 정책을 주도했다.

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거세게 압박했다. 2017년 8·2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사고팔지 못하게 했고, 2018년에는 안전 진단 기준을 강화해 재건축 착수를 어렵게 했다. 그해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킨 뒤 '재건축을 하면 가구당 최대 8억원을 걷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건축 규제책의 설계자인 김 전 수석의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2016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규제를 모두 피해 나간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보유한 과천주공6단지 83㎡형 시세는 2017년 초 9억원이던 것이 지금은 19억5000만원이다. 100%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 최근 3년간 중위가격 평균 상승률은 52%다. 김 전 실장은 작년 말 해당 아파트에 대해 "25년간 보유하고 20년 이상 실제 거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수현 前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다. 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규제책을 만들었고, 문 정부에서는 전반기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다.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자가(自家)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고 서술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현 정부 대출 규제의 배경에 이러한 그의 신념이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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