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풀린 '전셋값'..불안감에 덩달아 오르는 '집값'

국종환 기자 2020. 7.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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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도입 앞두고 전셋값 1억 이상 오르기도
전세시장 불안감에 '패닉 바잉'..대책 후에도 집값 상승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전셋값을 쉽게 올리기 어려워지는 만큼 미리 최대한 올려놓으려는 거죠. 현재 전세가 귀하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 전세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서울 송파구 A 공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앞두고 전셋값이 연일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세 부담이 가중되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며, 매수 전환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다.

19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13일 기준) 0.13% 올라 5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도 1월 첫 주(0.15%)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권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동구는 0.30% 올라 25개 자치구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송파구 0.26%, 강남구 0.24%, 서초구 0.21% 등의 순이었다. 강북에서도 마포구(0.19%), 성동구(0.15%), 서대문구(0.14%), 노원구(0.13%) 등이 크게 오르는 등 강남·북 전역에서 오름세가 지속됐다.

감정원은 "저금리 유동성, 2년 실거주 양도세 비과세 요건, 청약 대기 수요 영향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인기 단지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 주택형은 지난달 6억원 중후반에 전세 거래됐는데, 현재 전셋값은 7억원 후반에서 8억원으로 불과 한 달도 안 돼 1억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대부분 6억원 중반에서 7억원 중반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이달 들어 전셋값은 8억원 중반까지 뛰었다.

강북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 114㎡는 올 초 9억원대에 전세 거래됐으나, 현재 10억원 이상으로 1억원 넘게 전셋값이 올랐다. 성동구에서는 올 초 6억원 초반에 전세 거래되던 행당동 서울숲푸르지오 전용 84㎡가 현재 6억5000만원에 전세가 나온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각종 규제 등의 여파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3기신도시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에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재건축 등 실거주 의무가 대폭 강화되자 본인 소유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집주인들까지 늘어나면서 전세는 더욱 줄었다.

이에 더해 당정이 임대차 3법을 소급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해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2년+2년)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임대료 증액 상한선이 5%로 제한된다. 당정은 기존 전세 계약을 포함해, 이달 내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갱신 계약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전세금 인상에 제동이 걸리자 전세가 귀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미리 앞당겨 전세금을 올리면서 세입자의 부담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주택 보유세가 크게 오르자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은 매매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셋값이 쉼 없이 오르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고강도 규제인 6·17대책, 7·10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9% 올라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교통 호재 지역이나, 세입자들이 매입 가능한 중저가 단지 위주로 집값이 올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등 무작정 시장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시장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세금을 최대로 높여 부를 가능성이 크고, 또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면서 결국 세입자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매매나 전세 매물이 없어서 사람들이 불안하다는 것"이라며 "보유세 강화가 다주택자를 막기 위한 방향이라면, 거래세에 해당하는 양도세 중과는 개선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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