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가 답? 'MB표 보금자리' 후유증 재연 우려

강진구 2020. 7. 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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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검토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고밀도 개발 등은 어려운 문제니, 정부가 정치편의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서울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하는데, 그린벨트 해제 같은 갑작스런 도시기본계획 변화는 투기 등 불안요소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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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사업
서울 그린벨트에 주택 공급.. 각종 부작용 속출
전문가 "그린벨트, 어려운 정답 대신 쉬운 오답 찾는 격"
그린벨트로 묶인 서울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검토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여전히 강경하게 버티고 있으나,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직권으로 풀겠다고 나서면 막을 방도가 없어 경우에 따라 당정의 밀어붙이기도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정부의 '조변석개'식 주택공급 검토에 오히려 우려를 표하고 있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사수를 끝까지 주장하더라도, 국토부가 마음만 먹으면 그린벨트 활용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8년 '9ㆍ21 부동산 대책' 당시에도 직권해제를 검토한 적이 있다.

과거에도 서울 그린벨트 내 주택 공급은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됐던 보금자리주택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2009년부터 4년 간 서울 및 수도권에 100만가구 공급을 계획했는데, 그 중 32만가구는 그린벨트를 풀어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강남구 자곡동과 서초구 우면동 일부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되며, 2009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당시에도 국토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위축을 완화해야 한다며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 패착이었다. 2013년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수도권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건설 실적(10만2,327가구)은 목표 대비 42.6%에 불과했다. 결국 서울을 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에서는 미분양이 대거 쏟아졌다.

1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보금자리주택은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자곡동과 우면동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된 2009년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각각 6.15%, 5.65% 올랐다. 여기에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홍보된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하려는 대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난을 부추겼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2012년 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09년 1월 대비 36.87%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공급확대 방안이 제2의 보금자리주택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가장 쉬운 공급방안이지만, 한번 손 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를 풀면 주택뿐 아니라 도로, 철도 등 각종 인프라도 함께 도입되기에, 오히려 인근 부동산을 자극할 수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땅인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에 기름만 붓는 격이란 경고도 나온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고밀도 개발 등은 어려운 문제니, 정부가 정치편의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서울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하는데, 그린벨트 해제 같은 갑작스런 도시기본계획 변화는 투기 등 불안요소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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