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돌고돌아 결국 그린벨트 풀기..서울시는 '반대' 고수

손동우 2020. 7.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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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그린벨트 해제 공식 검토
줄곧 그린벨트 해제없다던 정부
박원순 유고때 입장번복해 논란
서울시와 공급대책 놓고 '충돌'
노원·은평·강북 산에 둘러싸여
강남 세곡·서초 내곡동 등 후보
김현미 장관, 정경두 국방 만나
용산공원 활용방안도 논의

◆ 주택공급 어떻게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과 국토부 간 당정협의에서 "실수요자 주택 공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김호영 기자]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후속으로 추진 중인 서울·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으로 결국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떠오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필요한 경우라는 전제하에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 실무기획단장을 맡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도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 주변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택지 확보와 도심 고밀 개발, 공공 재개발·재건축 등 서울 주택공급 방안을 위한 대체적인 윤곽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리스트에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국토부 등은 기존에 제시된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모자라면 서울 그린벨트 해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등에서는 '부동산 민심 진화'가 급한 당정청이 박 시장 유고 상황에서 이미 그린벨트 해제를 염두에 두고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공급 방안의 핵심인 서울 도심 고밀 개발은 주택 확보에 한계가 있고, 공공 재개발·재건축은 실효성에 벌써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안에서 입지가 좋은 땅을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5·6 대책에서 제시된 용산 정비창 개발 방안과 비슷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땅은 결국 그린벨트밖에 없다.

개발업계는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할 수 있는 택지는 강남 세곡·자곡동과 서초 염곡·내곡동 땅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50.25㎢로 강남권에서는 서초구(23.89㎢)가 가장 넓고 강동구(9.26㎢) 강남구(6.09㎢) 송파구(2.63㎢) 순이다. 노원구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북쪽에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대부분 산을 끼고 있어 택지개발이 어렵다. 특히 내곡·세곡동과 수서역 근처는 이명박 정권 때 보금자리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땅이 있어 추가 택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들 그린벨트 지역은 가용면적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2년 전 스스로 제시했던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이 상당수여서다. 국토부는 2018년 9·13 대책 발표 당시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대해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해 택지를 확보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이 환경적 가치가 높고 5등급이 가장 낮다. 4·5등급지는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이어서 활용이 불가능하다.

매일경제가 국토부 지형정보시스템(GIS)인 국토환경성평가시스템을 이용해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를 따져본 결과 대부분 1·2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3등급인 곳은 염곡동과 세곡동 자투리땅 일부밖에 없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존에 제시한 기준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5000가구도 공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위험도 있다. 서울시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 개발에 나섰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애꿎은 그린벨트만 망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2018년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강남권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비판 여론을 의식해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회의가 다 끝난 후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강력히 반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이날 저녁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오늘 회의에서도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즉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시장 불안심리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지만 민심 역풍과 정권 내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 싸움, 공기업들의 천문학적 자금 부담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명박정부만 해도 2012년 말까지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실제로는 21만가구에 그쳐 목표치의 66%만 채웠다. 한편 이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오찬 회동을 해 주목을 받았다. 오래전 잡힌 일정으로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목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용산공원을 포함한 서울 군부대 땅을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도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국토부 모두 군 용지 활용 주택공급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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