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어쩌나", "세입자 면접볼 것" 혼돈·갈등 깊어지는 부동산 시장

2020. 7. 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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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 도대체 뭔가" 곳곳에서 혼란·분노 표출
전월세 놓고 커지는 갈등..집단행동 준비도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양대근·이민경 기자] “6월에 계약했고 11월말 잔금일인데 바뀐 취득세가 적용되는 게 맞는 건가요. 정책이 국민들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계속 복잡하게 바꿔버리니까 너무 힘듭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0대 직장인 A씨)

“세금 관련 문의만 하루에도 열 통 이상 걸려옵니다. 저도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아는 법무사나 세무사를 (고객들에게) 소개시켜 드리고 있어요.” (강남구 도곡동 B공인중개사)

정부와 여당이 ‘7·10 부동산 보완 대책’을 통해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설익은 발표로 인해 ‘땜질식 처방’이 이어지고, 시장에서는 혼란과 갈등만 커지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명확한 기준 도대체 뭔가” 곳곳에서 혼란·분노 표출=15일 정치권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7·10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논란이 큰 지점은 취득세·양도세 등 달라진 세금 정책의 실제 적용 시점에 관한 내용이다.

정부는 기존 4주택 이상 적용하던 취득세 중과를 2주택으로 확대하던 내용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3주택 이하는 주택가액에 따라 1%에서 3%를 내고 4주택 이상만 4%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주택가액과 상관없이 2주택자는 8%를, 3주택 이상은 12%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지난 발표에서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명확한 기준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일시적인 1가구 2주택도 8%를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큰 혼선이 일었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관련 “7·10 대책 발표 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시행일로부터 일반매매는 3개월, 분양은 3년 안에 취득할 경우 현재 취득세율이 적용된다”며 “일시적 2주택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안에 종전 주택을 매각하면 1주택으로 과세할 방침”이라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3개월 유예’ 부분을 놓고 다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그럼 잔금 4개월 남은 사람은 구제가 안 되는건가”라며 “대책 발표 이전에 계약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존 2채 이상 가지고 있는 가구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기존 취득세에 중과세율 20%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하면서 “7·10 대책과 또 다른 내용이라 더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땜질식 정부 정책으로 인한 ‘거래 실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역 인근의 C공인중개 대표는 “매수 문의는 꾸준히 있지만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거래 자체를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면서 “결국 거래는 막고 보유세·종부세로 세금만 거둬가는 게 아니냐고 분노하는 고객들이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경우 사실상 거래 실종 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실동 엘스아파트 인근의 D공인중개사는 “여기는 일단 무주택자가 아니면 (주택거래) 허가가 안 난다”면서 “결국 현금 부자에게만 좋은 일을 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전월세 놓고 커지는 갈등…집단행동 준비=전월세 시장은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임차인의 경우 임대차 정책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요구 사례가 급증하는 반면, 임대인들의 경우 세입자가 ‘무작정 버티기’에 돌입하는 모습에 전전긍긍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은 “(정부 쪽에서) 세입자가 무조건 선이고, 집주인이 악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악질 세입자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직접 면접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임대차 3법의 소급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으로 꼽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임대차 3법 관련) 임시국회가 빨리 열릴 경우 이론적으로 8월 중에는 법안 공포가 가능하다”면서 “법사위에서 논의가 길어질 수 있는 등 변수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들도 연일 혼돈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각 구청 등 지자체에는 매일 임대사업 등록과 문의를 위해 10명 이상의 긴 대기줄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0일 오후 5시59분 온라인 임대 등록시스템인 ‘렌트홈’ 접수를 막았기 때문이다. 특히 4년 또는 8년 의무 임대 기간과 세법상 임대 기간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10 대책에 포함됐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의무 가입에 대해서도 반발이 커지자 국토교통부 측은 “적용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오락가락에 정책에 분노한 일부 임대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임대사업자협회(가칭) 추진위원회는 광화문과 국회, 세종시 등에서 임대사업제도 폐지에 반발하는 1인 시위를 열 예정이다. 오는 18일에는 ‘임대차3법 반대 모임’ 등과 함께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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